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위에 인플루엔자(독감)가 매섭게 퍼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2개월쯤 먼저 발령된 상황에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년 새 유행 수준이 가장 높았던 올해 초와 유행 규모가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와 고령층·어린이·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은 3일 43주차(10월 19~25일)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이 1000명당 13.6명으로 전주(1000명당 7.9명)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1000명당 3.9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다. 연령별로 초등학생 미만 환자가 7~12세 1000명당 31.6명, 1~6세 1000명당 25.8명으로 가장 많았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수는 98명으로 역시 42주차 54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4주간 입원환자는 40주 이후 33명→45명→54명→98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홍콩, 태국, 중국과 같은 주변국도 독감이 조기 발생하고 크게 증가하는 등 유행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본도 전년보다 1개월 먼저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겨울이 찾아온 호주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독감이 유행했다. 이를 두고 홍정익 국장은 "주변국의 유행 상황과 추워진 날씨 등에 비춰 지난 10년 새 가장 유행 정점 규모가 높았던 지난 절기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예년보다 일찍 독감이 찾아왔지만 조기 종식되긴 어렵고,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더 오래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에는 독감의 대규모 유행으로 폐렴 등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해 화장장마저 부족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홍 국장은 "겨울철 사망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심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 절기 독감 유행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정되지만 정확한 상관관계가 분석되지 않았다"고 했다.
질병청은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과 예방수칙 준수를 거듭 권고했다. 호흡기 환자 병원체 감시 결과 최근 유행은 A형 독감(H3N2)이 주도하고 있다. 이번 절기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백신주와 유사하고,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65세 이상은 약 658만명(접종대상자의 60.5%)이, 어린이는 약 189만명(40.5%)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통상 65세 이상 접종률은 80%, 어린이 접종률은 50%대로 아직은 낮다.
홍정익 국장은 "(독감 유행이 예상 돼도) 특단의 조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위생을 준수하고 마스크 착용,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장소를 방문하지 않아야 한다"며 "학령기 환자가 많이 생기고 젊은 층이 유행을 주도하지만 결국 감염돼 위험한 건 고령층인 만큼 이 연령대도 아프면 등교나 출근을 자제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