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진, 청소년 SNS 사용실태 대규모 분석 연구
하루 3시간 이상 SNS 습관, 우울증 위험 1.7배↑
"잦은 숏폼 콘텐츠로 균형잡힌 사고에 방해"
"가정에선 한계…국가적 개입 필요"

청소년층의 과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정신 건강 위험을 키울 수 있단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루 3시간 이상 장기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10대는 우울·불안 증상을 겪을 위험이 2배 가까이 높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대형 플랫폼 운영사에 이 같은 사회적 중독의 책임을 묻는 법적 판단까지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개별적 노력으론 SNS 중독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2014~2018년 런던 소재 중등학교 학생들의 디지털 기술 사용 행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2014년 11월~2016년 7월 런던 39곳 중등학교 재학생 7학년(11~12세) 6590명의 기초 자료를 수집, 이 중 31곳 학교 재학생 3814명이 9~10학년(13~15세)이 된 2016년 11월~2018년 7월 시점까지의 장기 추적(전학·평가 시점 결석·참여 철회 등 제외)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SNS 이용 시간 등 데이터를 추린 뒤 분석 대상을 우울증을 보인 2316명, 불안감을 나타낸 2350명으로 확정했다.
그 결과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쓰는 습관을 약 2년간 장기적으로 지속할 경우 0~30분의 최저 사용군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증상은 약 1.7배, 불안 증상은 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하루 3시간 넘게 SNS를 이용하는 집단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가 컸다. 연구진은 "여학생은 (SNS 콘텐츠 등을 통해)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성별에 특화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지속성'이다. SNS 과의존에 따른 실제 사회 내에서의 고립과 상대적 박탈감, 온라인 괴롭힘 등 부정적 경험이 오래 축적될수록 정신적 문제를 키울 수 있단 지적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특히 예민한 성향인 아이들이 관계 욕구를 SNS상에서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교적 (정신 건강 상태가) 양호한 아이들조차 SNS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우울하고 불안한 성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어야 1분 이내인 '숏폼'(Short-form) 콘텐츠 노출이 잦단 점도 문제다. 홍 교수는 "인간의 뇌는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통합하고 소화해 현상을 이해하도록 작동하는데, 숏폼을 통해 단편적 정보에만 자꾸 노출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보가 객관적 사실처럼 인식되고 알고리즘에 따라 본인 성향과 맞는 숏폼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균형잡힌 사고를 하기 어렵고 객관적 판단 능력이 흐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자기 정체성을 개발하고 성인을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이 시기 SNS 과의존은 향후 청년층의 사회성 부족과 실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정 내 개별적 노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제도 손질과 (플랫폼) 회사들의 자율 정화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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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근 운영 업체의 책임을 인정한 법적 판단도 나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청소년 SNS 중독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 약 90억원을 원고에 배상하란 평결을 내렸다. 원고인 20세 여성 케일리 G.M.은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뒤 SNS 중독으로 우울증과 신체장애를 겪었다"며 "이는 SNS 운영사가 이용자를 중독시키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