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가래 뱉었더니 검은색이…"큰 병 신호될수도" 가래 색깔의 비밀

정심교 기자
2025.11.17 17:13

[정심교의 내몸읽기]

찬바람이 강해지면서 목 안에서 가래가 들끓어오른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추워서 감기 오려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데, 자칫 뜻밖의 중증질환을 치료할 골든타임까지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래의 색깔에 따라 몸에 보내는 이상 신호가 달라서다. 과연 가래는 언제, 왜 생기고 색깔에 따라 어떤 질환을 암시할 수 있을까.

가래는 기관지·폐에서 유발되는 물질이다. 기관지 점막에 '술잔세포'가 있다. 술잔 모양의 이들 세포는 기관지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점액이라는 마치 콧물처럼 끈적끈적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기관지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면 염증세포가 포함된 점액이 과다하게 분비되는데, 이게 바로 가래다.

가래의 성분은 면역글로불린 같은 항체, 단백질 효소 등이다. 95%는 수분으로 기관지 표면을 살짝 덮어 촉촉하게 유지해 각종 세균의 침입을 막는 방패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에게도 가래가 하루 10~20㏄ 분비되는데, 대부분 투명하다. 몸속 기관지(공기가 지나는 길)에 탁한 먼지 등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기관지가 정상 작동하면서 만들어내는 게 가래다. 따라서 가래가 나오려 할 때 가래를 뱉어 이물질을 배출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호흡기 계통에 염증이 생기면 가래 양이 50㏄ 이상으로 많아진다. 가래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다면 '병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 가래 색깔을 보면 어떤 병인지 후보군이 추려진다.

빨간색 가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빨간 가래가 나온다면 기도나 호흡기가 자극받아 출혈이 생겼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결핵(폐결핵)이다. 결핵균에 감염돼 생기는데, 흔하지만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결핵균이 활동할 경우 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고 가슴이 아프면서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올 수 있다. 밤에 땀이 나고 열도 난다. 식욕이 떨어지며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결핵이 악화하면 콩팥·척추·뇌 등 다른 장기를 침범해 허리가 아프거나 피 섞인 소변이 나올 수 있다.

결핵을 진단받았다면 가래를 삼키지 말아야 한다. 결핵 환자의 가래에는 결핵균이 섞여 있는데, 결핵균이 소화기관으로 넘어가면 장에서 장결핵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또 이들 환자는 타인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어, 아무 곳에나 가래를 뱉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폐농양, 기관지확장증, 폐암에서도 피 섞인 가래를 뱉을 수 있다.

폐암 환자는 기침할 때 피 섞인 가래를 뱉거나, 피 자체를 뱉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모두 폐암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다. 피 섞인 가래나 피가 나오는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민진수 교수는 "폐렴구균에 감염된 폐렴일 경우 가래 색깔이 적갈색으로 진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입술 색깔이 파랗게 변할 수도 있다. 폐렴으로 인해 폐가 손상당하면 폐의 산소 교환 기능이 떨어져, 혈액 속 산소 농도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폐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결핵 의심 환자에게서 결핵을 검출하기 위한 가래 도말·배양 검사 단계. /자료=질병관리청
노란색 가래

노랗고 고름이 있는 가래는 몸속에서 염증이 심하게 생겼다는 뜻으로, 보통 세균성 감염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염증과 싸우기 위해 몸에서 분비한 면역물질이 가래와 섞이면서 누렇고 끈적거리게 변해서다.

노란 가래가 나오면 염증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감기, 급성·만성 기관지염, 폐렴, 천식, 부비동염 등이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노란 가래와 함께 원인 불명의 기침을 3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숨이 찬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초록색 가래

초록색 가래 또는 푸른색 가래는 심한 세균 감염을 암시한다. 만성 기관지염, 폐결핵, 기관지 확장증, 낭성 섬유증 등도 초록색 가래를 만든다. 환절기 때 초록색 가래가 나온다면 독감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동·식물에 있는 녹농균에 감염되면 초록색 가래를 뱉을 수 있다. 녹농균(슈도모나스)에 감염된 질환이 슈도모나스 감염증이다. 슈도모나스는 달콤한 냄새의 녹색을 띠는 농을 생산한다고 해서 녹농균이라고도 불린다. 녹농균은 토양·물 속 등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데, 강한 병원성 세균이다. 이 균에 사람이 감염되면 폐렴, 복강 내 감염, 수술 후 창상 감염, 골관절염, 연부 조직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초록색 가래와 함께 설사·복통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회색·검은색 가래

검은색 가래는 주로 흡연자에게 발생하는데, 폐에 타르가 많이 쌓였다는 신호다. 비흡연자여도 공기 중 매연·미세먼지 같은 유입 물질에 호흡기가 노출되면 회색·검은색 가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미세먼지가 폐를 자극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폐가 곰팡이에 감염됐거나 폐농양, 결핵, 기관지확장증일 때 검은색 가래가 나올 수 있다. 흡연으로 폐에 타르가 많이 쌓인 경우에도 검은색 가래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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