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에 늘어난 미숙아...."570g 아이도 살렸다" 극소저체중아 생존율 90%

박정렬 기자
2026.01.08 14:04

질병관리청 등 '한국신생아네트워크' 연차 보고서 발간
출생체중 1.5㎏ 미만 미숙아 10년간 생존율 지속 증가

극소저체중아 신생아중환자실 퇴원 시 생존율/그래픽=이지혜

지난해 8월 임신 23주차에 태어난 이안 군은 태어날 때 몸무게가 570g에 불과했다. 출생 직후부터 기도삽관과 양압기에 의존해 호흡을 유지했다. 심장에 구멍이 열린 '동맥관 개존증'(PDA)이 있었고 삼킨 기능이 미숙해 위관 수유에 의존했다. PDA 탓에 수유량을 늘릴 수 없어 한때 체중이 430g까지 감소하는 등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이군을 돌본 일산차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이하 NICU) 의료진은 24시간 호흡·순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치료 전략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단계별 영양 공급, 감염 관리 등 고위험 신생아 표준 치료 프로토콜을 적용해 이안 군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그 결과 닫히지 않았던 동맥관은 자연 폐쇄됐고, 스스로 젖병을 물 수 있게 돼 연결했던 튜브도 뗐다. 먹는 양이 증가하면서 체중은 출생 당시보다 4배 정도 늘어난 2.22㎏까지 회복됐다.

의료진은 인큐베이터에서 보온실로 옮겨진 이안군의 '100일 잔치'를 함께 열어 건강을 기원했다. 지난달 이군은 건강한 모습으로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 병원 NICU 김민희 교수는 "23주 초극소 저체중아의 생존과 건강한 성장은 고도의 전문 치료와 가족의 지지가 맞물릴 때 가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이안 군(사진 가운데)의 생후 100일 잔치에 참석한 일산차병원 의료진과 부모의 모습./사진=일산차병원

의료 시스템이 발달하고 치료 프로토콜이 고도화하면서 출생체중 1.5㎏ 미만의 극소저체중아의 생존율이 10년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대한신생아학회와 함께 2013년 출범한 '한국신생아네트워크'(이하 KNN)를 통해 집계한 전국 62여개 병원의 극소저체중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등록 환아 1813명의 퇴원 시 생존율은 90%를 기록했다. 퇴원 시 생존율은 2014년 83.4%에서 2019년 86.5%, 이번에 90%로 지속해서 나아지고 있다.

2022년부터 집계하는 임신 32주 미만 미숙아를 포함한 전체 고위험 미숙아 2331명의 NICU 퇴원 시 생존율은 2024년 기준 91.6%로 전년과 비슷했다. 재태주수(산모의 마지막 월경 시작일로부터 계산된 태아의 임신 기간) 24주 이하는 57.5%지만 25~28주는 88.3%, 29주 이상은 97%로 생존율이 껑충 뛰었다. 출생체중 기준으로는 500g 미만은 42.2%에서 500~759g는 66.3%로 증가했고, 750g이상에서는 91.2%로 크게 올랐다. 특히, 출생체중 1㎏(1000g) 이상은 사망률이 4% 이하로 대부분이 생존했다.

국내 극소저체중아 비율은 전체 신생아의 1% 정도다. 통상 영아 사망의 절반이 신생아 시기에 일어나고, 대부분 미숙아에서 발생한다. 특히 위험한 사례가 일반적인 출생체중(3㎏)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극소저체중아다.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데다 작고 연약해 출생 직후 NICU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 숙련된 의료 인력·첨단 장비·세밀한 치료 프로토콜이 한 데 모여야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극소저체중아를 비롯한 영아사망률은 그 나라의 의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보건의료 지표로 꼽힌다.

신생아 의류들./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이번 조사에서 고위험 미숙아의 신경학적 합병증인 뇌실내 출혈, 신생아 경련,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 등의 유병률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뇌실내 출혈 30.8%(1.9%p ↓) △신생아 경련 3.9%(0.4%p ↓)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 6.2%(0.4%p↓) 등이다.

KNN을 통한 장기 추적조사(1.5세 및 3세) 결과 뇌성마비 진단율도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출생아의 1.5세 뇌성마비 진단율은 6.2%였지만 2022년 출생아는 3.1%로 개선됐다. 3세때 진단율도 2014년 출생아 6.1%에서 2021년 출생아 3.5%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생후 3세에 키와 몸무게가 5 백분위수 미만(100명 중 5번째 아래)로 작은 경우는 약 5명당 1명꼴로 재입원률도 이와 비슷했다.

2024 KNN 연차보고서 주요 수치./사진=국립보건연구원, KNN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고위험 미숙아는 산모 평균 연령이 높을수록, 다태아일수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늦은 결혼과 출산, 난임 시술 증가 등에 따라 향후 고위험 미숙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는 "고위험 미숙아의 생존율과 예후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위험 미숙아의 현황 자료를 지속 생산하고 생존율 향상과 건강한 성장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전국 NICU 의료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숙아 치료 예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이 같은 성과가 한국형 신생아 진료·치료 지침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근거 기반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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