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부터는 4조원대 적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낮추고 그 재원을 중증질환에 쓰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잉의료이용을 줄이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내부 건강보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당기수지는 1667억원 흑자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당기수지는 4조1238억원 적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8년에는 5조3138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건강보험 지출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부터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필수·중증의료 진료수가 인상 △희귀·중증난치질환자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 건강보험 지출이 늘면서 적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회에서 "그동안 흑자 기조였지만 올해는 적자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지출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경증질환의 본인부담 강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우리가 이미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지출 우선순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한없이 재정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질환으로 개인의 소득, 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를 해준다는 원리에서 보면,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더 강화하고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은 경증질환은 본인부담을 높이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대폭 낮춰주는 '산정특례'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함 교수는 "산정특례도 과도한 건강보험 보장 분야나 적용 기간은 재검토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예컨대 갑상선암 등 일부 암 환자의 경우 치료가 이미 끝났고 6개월에 한 번씩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데, 암 관련 상병이라 인정해주면 감기든 고혈압이든 다 본인부담률이 5%만 적용된다"며 "이런 경우 의료이용을 과다하게 하는 경우가 생겨 그 부분을 조정해 건보 재정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형선 국민의료복지연구원장은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이 약 30조원이라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경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을 낮추자는 얘기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감기는 건강보험 급여 비중을 줄이자는 말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영상촬영 등 과잉의료이용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병원 재방문을 유도하는 행태도 고쳐져야 한다는 견해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는 초진료와 재진료 차이가 크지 않아 의사가 병원에 여러 번 오도록 유도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초진료를 높이고 재진료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만 해도 초진료가 꽤 높고 재진료는 그의 반도 안 돼 의사가 초진일 때 충분히 약제 처방을 내려 다시 병원에 올 필요가 없게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