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임모씨는 4년 전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돼 집 근처 의원에서 소화제를 처방받다가, 증상이 낫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야 배에 복수가 찬 상태란 걸 알았다. 큰 병원에서 초음파·CT 검사 등을 거쳐 난소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영상검사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임씨는 수술로 난소를 뗀 뒤 조직검사를 하고서야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발생률이 높은 암에 정책 지원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여성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은 난소암은 환자 수가 희귀암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유방암만큼 많지도 않은 '회색지대'에 놓여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을 통해 암 예방부터 검진, 진료, 완치 이후 사후관리,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를 아우르는 전주기 암 관리 체계 강화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국가암검진 개선을 통한 조기발견 및 생존율 향상 △지역 완결적 암 의료체계 구축 △암 생존자 건강증진 및 돌봄 강화 △AI 기반 연구 확대 등을 통해 "모두를 위한 암 관리"라는 목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발생률이 높은 10대 암(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담낭·담도암, 신장암)을 중심으로 설계돼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은 암은 정책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지난 4차 종합계획에서 희귀·난치암에 대한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지만, 5차 계획에서도 근골격계 암인 육종암에서만 진료센터·전용 병동 운영 등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희귀암도, 그렇다고 호발암도 아닌 암 역시 이번 종합계획에서 소외됐다. 대표적인 암이 난소암이다.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은 여성 암으로 널리 인식되며 조기 검진 체계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 반면 난소암은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고, 인지도가 낮아 여전히 난치성 암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여성암 중 발생률 10위로 매년 3000여명 정도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사회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맡는 40~60대가 새로 진단받는 환자의 3분의 2에 달한다. 노화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고, 확립된 조기진단법이 없어 임씨처럼 진단 시점에 이미 복강 내로 전이된 3기 이상인 환자의 비율이 70%나 된다. 조기 진단 실패는 나쁜 예후와 직결된다. 난소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주요 여성 암인 유방암(94.8%), 자궁체부암(89.1%)과 비교해 약 30%포인트(P) 낮은 66.8%에 그친다. 암이 주변에 퍼진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3~41%, 먼 장기까지 전이된 4기 환자는 11%에 불과하다.
난소암은 일차적으로 수술과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지만, 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처음 치료에 반응해도 끝내는 암이 재발한다. 특히, 마지막 백금 항암요법 종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한 '백금저항성 난소암'(PROC) 단계는 치료의 전환점으로 통한다. 기존 항암요법에 대한 반응률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전체 생존 기간이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이런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지난 20여년간 6%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다행히 백금 저항성 난소암은 최근 10년 만에 신약(엘라히어)이 국내 허가를 획득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재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장)는 지난 1월 엘라히어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들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던 난소암에 새 치료 옵션이 등장해 기대가 크다"고 환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 수가 적더라도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낮은 암은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생존율 추이와·재발 위험, 치료 접근성 격차 등 실질적인 '질병 부담'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