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민(북한이탈주민)의 암 발생 위험이 기존 남한 주민 대비 약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발생 위험이 31%로 그 차이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김경진 교수 연구진과 홍준식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연구진(공동1저자 홍준식·김경진, 교신저자 김신곤)은 북향민의 남한 이주 이후 암 위험의 변화를 규명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브라이언임팩트·건강보험연구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내과학회지(Journal of Internal Medicine)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북향민 2만5798명과 기존 남한 주민 127만6601명을 비교하는 대규모 코호트(집단)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이주 이후 시간에 따라 전체 암 발생률과 암 종류별 발생 위험 변화 양상을 분석, 평균 약 10년간의 기간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북향민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은 기존 남한 주민보다 약 13% 높았고, 특히 남성에선 약 31%로 그 차이가 더 컸다. 암종별로는 간암, 자궁경부암, 폐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유방암과 대장암처럼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은 초기엔 낮은 발생률을 보이다 점차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북한에서의 생활 환경과 보건의료 접근성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간암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관련이 깊어, 예방접종이나 정기 검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입국 초기 검사에서 확인된 북향민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이 남한 인구에서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북향민 남성에서 폐암 위험이 높은 이유로는 흡연율의 영향이 제기됐다. 북한에선 남성 흡연이 비교적 흔하고 군 복무 기간 흡연이 습관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생활 습관이 장기적인 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다.
반면 유방암과 대장암은 초기엔 낮은 발생률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식습관 변화 △출산 연령 변화 △신체 활동 감소 등 사회·생활 환경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북향민 암 발생 양상은 과거 환경에서 비롯된 감염 관련 암 위험과 이주 후 생활 방식 변화에 따른 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위험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신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남북한 주민이 같은 유전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라 암 발생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단 점을 확인했다"며 "북향민 건강 정책뿐 아니라 향후 한반도 보건의료 체계 준비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