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줘서 고마워'…"수술 4번" 500g 미숙아, 6개월 사투 끝 3.8㎏ 퇴원

정심교 기자
2026.03.17 13:54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17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주하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사진=서울성모병원

불과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3월 17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초극소 미숙아는 태어날 때 체중이 1㎏ 미만이거나 재태기간이 28주 미만인 아기를 가리킨다.

태아가 산모의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정상 임신 기간은 약 40주로, 임신 주수가 짧을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특히 24주 미만에 출생한 아이의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다. 미국,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예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했던 주하의 엄마는 지난해 9월 예기치 못한 조기진통으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수축억제제 치료를 받았지만 진통이 조절되지 않았다. 산모는 급히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했다. 환아는 재태연령 23주 1일,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 모든 게 너무 매우 작아 의료진은 극도로 주의하며 치료를 진행했다. 예정일보다 약 4개월(17주) 이르게 태어나 폐포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발호흡이 어려웠다. 이에 즉시 기관 내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았으며, 이후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으며 여러 고비를 넘겼다.

이른둥이 주하의 성장사진. (왼쪽부터) 지난해 9월 태어난 지 3일째, 지난해 12월 병실에서 맞은 백일사진, 올해 3월 퇴원 5일 전. /사진=서울성모병원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이 호전된 이후에는 태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장폐색이 발생했고, 생후 12일째 개복수술을 시행했다. 또 망막 혈관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미숙아망막병증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장루 복원술 등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했다. 이 모든 치료 과정은 소아외과, 소아안과, 소아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다학제 협진을 통해 진행했다.

주하 엄마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출산 직후에 몸도 마음도 힘들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너무 작은 아기를 처음 보며 눈물만 흘리다 '엄마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매일 유축한 모유를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맞춰 가져가 '주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정말 기적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여러 기계와 줄들 사이에 있는 주하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고, 너무 작은 몸으로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하가 스스로 먹기 시작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가 정말 잘 버텨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도 부모에게는 큰 희망이 되는데, 주하가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순간이 소중한 기적 같았다"고 느낌을 표했다.

주하는 171일간의 집중 치료를 통해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 없이 3월 8일 3.851㎏의 몸무게로 퇴원했다. 만삭(임신 37+0~41+6주)에 태어난 신생아의 평균 체중인 3.2~3.3㎏을 넘어 건강하게 성장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수 교수, 조경아 신생아중환자실 UM 간호사, 주치의 김세연 교수, 주하 가족, 조성민 간호사, 김현호 진료전문의. /사진=서울성모병원

고위험 산모를 주로 담당하며 20년 넘게 분만실을 지켜온 산모 주치의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분만 전부터 신생아집중치료팀과 함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권역 모자의료센터에서는 산과·신생아과·소아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긴밀하게 협력해 고위험 상황에서도 최선의 치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주하의 주치의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김세연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치료는 모든 장기의 기능이 미숙한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호흡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손상되기 쉬운 장기들의 변화를 지속적이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처치를 시행하여 장기적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며 "이번 치료는 24시간 공백 없는 팀 기반 진료체계를 유지하며 헌신한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집중치료팀(윤영아·김세연·김현호·오문연·신정민·김민수 교수)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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