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약가 인하, 왜?…"복제약, 주요국보다 2배 비쌌다"

박미주 기자
2026.03.26 17:57

[약가제도 개선방안]
韓 복제약 가격, OECD 평균 대비 2.17배…가격 인하 사후관리 미흡
제약사들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생산에 안주…신약 개발 촉진 등 산업 체질 개선 필요
건강보험 재정 절감 통해 지속 가능성·환자 신약 접근성 등 높여

주요국 제네릭(복제약) 약가 수준/그래픽=김지영

정부가 14년 만에 대대적으로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인하키로 한 것은 해외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이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민들이 높은 약값을 부담하고 제약사는 복제약 판매에 안주해 신약 개발을 등한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같은 구조는 의사 등에 뒷돈을 주는 '리베이트'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에 종합적으로 약가제도를 개편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약가 인하 적용 시나리오/그래픽=이지혜

이번 조치로 오리지널(원조) 약값 대비 최대 53.55%인 복제약 가격이 45%까지 단계적으로 내려간다.

올 4분기 2012년 일괄 인하됐던 약과 해당 약품과 같은 성분의 약들이 1단계로 먼저 조정된다. 1단계 적용으로 연간 1조1000억원, 2단계 적용으로는 연간 1조3000억원, 모든 인하가 적용되는 2036년부터는 연간 총 2조4000억원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의약품은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 △퇴장방지·저가·희귀의약품 △기존 가산을 적용받는 약제 △단독등재 △수급 불안정으로 최근 5년 내 약가가 인상된 약 △기초수액제·방사성의약품 △산소·아산화질소 등이다.

사진= 복지부

신규 복제약 등재 시 혁신형 기업은 우대한다. 오리지널 대비 약가 산정률을 1년간 60%로 하고 국내 생산 의약품인 경우 3년간 추가로 우대한다. 준혁신형 기업은 최대 4년간 50%의 우대 약가를 부여한다. 채산성이 낮은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비중이 높은 수급안정 선도기업을 신설해 최대 4년간 50%의 약가를 적용한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등을 위해선 △원료 직접 생산 △국산 원료 사용 필수의약품 △항생주사제 △소아용 의약품 등은 10년 이상 약가를 68%로 우대한다. 이는 기 등재 약제에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약가 인하를 촉발한 배경은 높은 복제약 가격이다. 2022년 캐나다 약가검토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의 2.17배에 이른다. 캐나다 대비 1.50배, 일본 대비 1.46배, 독일·영국 대비 2.05배다.

이는 필요 이상의 복제약 품목 등재를 유발하고 영업 위탁업체(CSO)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비가격 경쟁 심화를 유발했다. 복제약 위탁제조 비중은 2017년 43.83%에서 2024년 62.48%로 확대됐다. 산업 진입이 쉬워지며 생산규모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 수는 2012년 54개에서 2024년 121개로 급증했다. 이에 단순 복제약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신약을 개발하는 제조사로 체질 전환 유도가 시급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고령화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약가 사후관리 작동이 미흡하고 약제비 부담이 심화됐다는 점도 약가에 손을 댄 배경이다. 2022년 OECD 주요국은 사후관리 등을 통해 전체 복제약 가격을 2007년 대비 평균 40% 인하했다. 한국은 2021~2022년간 약가 변동 품목이 전체 의약품의 0.7%에 불과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신약 접근성이 낮고 필수의약품은 채산성이 낮아 공급 불안에 시달리는 점도 원인이 됐다. 2023년 미국 제약협회에 따르면 신약의 허가 후 급여 평균 소요기간이 한국은 18개월인 반면 일본은 3개월로 짧았다.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은 매년 발생했다. 2022년 24건, 2023년 31건이었다.

정부는 약가 인하로 절감된 재정을 신약과 R&D, 필수의약품 보상 강화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만큼 제약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게 돼 제약업계는 반발한다. 업계가 약가 산정률의 '마지노선'으로 주장한 48%보다 낮아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주장이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가 약가 인하 산정률 마지노선으로 48%를 제시한 것은 고용유지, 연구개발(R&D) 연속성 등을 고려한 수치"라며 "이보다 아래로 정해진만큼 전반적인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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