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파업 불확실성이란 암초에 맞닥뜨렸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의 패권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전략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하나를 짓는데 최소 4년이 걸리는 바이오의약품 CDMO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조의 보상요구가 무리하다고 호소한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려야 하는데 노조의 요구가 중장기 성장전략에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적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임직원의 처우를 개선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노조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3차례 교섭을 벌였다. 이후 지난 23일까지 조정절차를 밟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며 투표결과에 따라 빠르면 다음달 결의대회를 거쳐 오는 5월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3689명이며 가입률은 약 75%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에 이어 제3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제2바이오캠퍼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고 제3바이오캠퍼스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공장인수 등을 포함하면 2034년까지 약 15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글로벌 CDMO 기업인 스위스의 론자와 일본의 후지필름,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규 모달리티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한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선 ADC와 CGT 등 차세대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한다.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차세대 의약품 제조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투자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집중한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부담이 커지면 자칫 삼성바이오로직스 구성원 전체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연봉 9.3%에 정액 350만원 인상, 추가로 성과인상률 5%를 요구했다. 성과급은 영업이익의 20%를 재원으로 지급상한 폐지를 주장했다. 또 노사상생격려금 1인당 3000만원, 월급여 150% 수준의 자기주식(자사주) 매년 배정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직원의 채용과 이동 등 과정에서 노조의 인사 및 경영참여 등도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나 외부 대기업과 비교해 임금상승이 억눌렸다"며 "1인당 3000만원 격려금이나 성과급 역시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고용안정과 생존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 노조의 인사 및 경영참여를 요구한 것"이라며 "그동안 사측이 노조와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