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는 회복 기간이 짧을수록 결과가 좋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이 이를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이 과정에 조직이 단단해지거나 울퉁불퉁해지는 등 흉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벌어진 상처에 세균 감염이 발생하거나,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몸이 쇠약해지는 경우 상처 회복은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돌변한다.
자르고 빼는 것보다 더하는 것이 어려운 의료 분야에서 조직 재건은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장(腸)과 허벅지살을 말아 식도를 만들고 1㎜ 미만의 혈관을 꿰매 이식한 피부를 되살리는 성형외과의 손길은 가히 예술의 경지다. 특히, 죽은 피부를 되살리는 피부이식은 환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꾼다.
권진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피부 이식은 미용은 물론 기능 회복을 염두에 두는 치료"라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이 아닌 절단과 보존, 생(生)과 사(死)를 결정짓는데도 피부 재생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피부 이식은 상처 회복의 '재료'가 되는 피부를 허벅지나 사타구니 등에서 가져와 회복 속도를 앞당기는 치료다. 다만 단순히 피부만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단부터 처치, 관리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환자의 외모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 외상, 당뇨, 암까지 수많은 케이스를 경험한 권 교수에게 피부 이식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피부 이식의 기준은.
▶치료가 필요한 상처는 크기와 깊이를 보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뼈, 근육, 힘줄, 신경 등이 노출될 정도로 깊은 상처는 단순한 피부 이식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유리피판술과 같은 더 큰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 근육과 피부를 통째로 옮기고 혈관까지 연결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런 심부조직이 노출되지 않은 경우는 피부 이식으로 충분히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치료 과정은.
▶특수 기구로 체내 피부를 종이처럼 얇게 떼어 상처 부위에 붙이고, 그 위로 혈관이 자라 들어오면서 피부가 생착되도록 한다. 상처 부위에 재료를 미리 공급해주는 것이라 조직 수축이 덜 일어나고, 그래서 피부가 딱딱하거나 울퉁불퉁하지 않고 부드럽게 회복할 수 있다. 자연 치유 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상처도 2주 정도로 회복 속도 역시 크게 앞당길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경우가 있나.
▶피부이식은 교통사고 등 외상과 화상, 당뇨발을 비롯한 만성질환, 피부암이나 육종과 같은 암 등 적용 대상이 다양하다. 회복이 지연되면 감염 위험이 커지고, 흉터도 더 심해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의 전신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고령 환자는 상처로 인해 활동량이 줄수록 전신 건강이 악화하고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단순한 피부 문제를 넘어 환자의 삶 전체와 직결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요인이 있다면.
▶우리 몸은 상처를 치유하고 피부를 재생할 때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만드는 '염증기' 콜라겐 등의 재료를 만드는 '증식기' 이런 재료를 재배치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는 '재형성기'를 거친다. 각각의 과정에 문제가 없고 최대한 짧아야 최종 결과가 좋다.
-회복 속도를 앞당기는 방법은.
▶성형외과에서는 '표피세포 성장인자'(EGF)를 가장 근거가 잘 축적된 물질로 평가한다. 특히 고함량 EGF 스프레이는 사용 후 하루 이틀 사이에도 피부가 차오르는 모습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 당뇨발이나 손상 부위가 넓어 상처 회복이 힘든 상황에서는 한층 더 큰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화장품 성분이 아닌가.
▶성형외과에서 EGF가 쓰인 지 10년이 넘었다. 상처 회복에 효과가 증명돼 이후 피부 재생 목적의 화장품 등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성분 함량이 달라 효과는 차이가 있다.
-EGF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나.
▶피부 이식에 EGF는 상피세포의 성장을 촉진해 피부가 빠르게 덮이도록 돕고(증식기), 콜라겐 배열을 보다 정상 피부에 가깝게 정리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재형성기). 회복 속도를 단축하는 것을 넘어 결과까지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흉터가 아예 남지 않는 건가.
▶아니다. 피부 이식은 전층 피부 이식과 부분층 피부 이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말 그대로 결손 부위 모두를 피부로 덮어 주변을 꿰매는 것인데, 이러면 경계 부위에만 흉터가 남는다. 후자는 피부 이식편을 구멍을 뚫고 1.5배~ 3배로 넓혀서 이식하는데 사이사이 살이 차오르면서 점박이처럼 흉터가 남게 된다. 경험상 EGF를 사용했을 때 착색이 덜 생기고, 흉터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것 같다. 재형성기 EGF가 콜라겐 비율과 배치를 정상 피부구조와 유사하게 조절하는 것이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식을 위해 피부를 뗀 부위(공여부) 통증도 보통 5~7일이 가는 데 EGF를 쓰면 환자들이 3~4일 차에 '통증이 줄었다'고 반색한다.
-상처가 났을 때 초동 대처가 중요한가.
▶흐르는 물, 비누 거품을 내 깨끗하게 씻는 것이 좋다. 조심하고 가만히 두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 세척 후에 드레싱으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상처를 보호하는 것을 추천한다.
-피부 이식 후 관리 방법은.
▶이식한 피부는 대부분 땀샘, 피선이 없다. 매우 건조해 상처가 생기기 쉬운 만큼 지속적인 보습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 2~3회 정도 보습제를 발라주고 첫 1년 동안은 선크림도 고르게 발라주는 게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