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주사기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과 가격 인상이 꼽힌다. 실제 현장에서는 100개에 1만원대짜리 주사기를 17만원에 올린 판매자도 나타났다. 그러면서 저렴한 가격에 미리 주사기를 선점하려는 '가수요'가 발생했다. 일부 유통사의 '매점매석'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단속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 기준 주사기 생산량은 460만개로 지난해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생산실적 약 367만개(잠정치) 대비 약 25% 많다. 주사기 재고량은 4680만개다.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4400만~4700만개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사기 제조업체의 하루 생산물량은 435만개(21일 생산 기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지난 일주일 동안 일일 평균 생산량은 전년도 생산실적(일단위환산)과 비교해 14.1%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사기 수급 불안이 지속되자 지난 14일부터 주사기와 주사침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20일부터는 매점매석 금지 행위 위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특별 단속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한국백신과 협약 맺고 7주간 매주 50만개씩, 총 350만개의 주사기를 추가 생산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료현장에서는 '주사기 품절 사태'가 이어진다.
정부는 가격 인상과 '사재기', 매점매석 등을 주사기 수급 대란의 원인으로 꼽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사기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데 가격이 올랐다는 신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매점매석과 관련 있는 결정적인 신고는 현재까지는 없었다"며 "유통 단계에서 가격 상승과 공급에 대한 우려로 사전 물량 확보를 위한 사재기가 발생하면서 일부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 품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판매업자는 통상 100개에 1만원대인 주사기를 17만원에 판매한다고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실제로 판매는 되지 않았다"며 "제조업체에서 직접 의료기관으로 납품되는 주사기는 크게 인상되지 않았지만 영세업체나 일부 인터넷몰에서 제품 가격을 올려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주사기 원료인 나프타 부족 우려와 가격 인상이 근본적 원인이라 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유가 상승과 나프타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 때문"이라며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업체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으로 주사기 가격을 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경제 원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원료 수급과 주사기 공급량 증가를 돕고 나머지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며 "공급이 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통의 디지털화가 빨리 추진돼야 매점매석을 방지할 수 있다"며 "생필품의 경우 정부가 가격을 감시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주사기도 가격을 감시하거나 행정지도를 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제조업체와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주사기 생산량을 증산하고 추가로 생산된 물량을 품절 상황이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수급이 필요한 병·의원에 안정적으로 공급을 추진 중"이라며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주사기 제조·판매업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