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신사법의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해 꾸린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이 출범 전부터 삐그덕거린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자문단 위원 9명 가운데 문신사 단체장 2명을 배정했는데, 현직 국회의원이 제동을 걸자, 결국 '미용문신' 분야 문신사 위원을 1명 더 배정하기로 계획을 갑자기 수정하면서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미용문신 대표로 하마평에 오른 단체장 가운데 상당수는 문신시술 경험이 전무하거나, 단체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일 본지 단독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자문단을 현직 문신사 2명, 의사 2명, 감염관리 전문 간호대 교수 1명,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소속 1명,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소속 1명,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1명과 복지부 1명 등 9명 체제로 꾸릴 계획이었다. 그중 문신사 대표로는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과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이 선정됐는데, 선정되지 못한 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한국미용문신연합회'(회장 신유정)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신사법의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정부가 자문단을 불공정하게 구성했다"며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자문단이 꾸려져, 이들이 문신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신사법에 따르면 문신은 크게 서화문신(타투)과 미용문신(눈썹문신 등 반영구화장)으로 나뉜다. 당시 기자회견 직후 복지부는 미용문신을 대표할 위원 1명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기자회견을 미용문신 관련 단체들만 모여한 게 아니라 이개호 의원이 직접 주선한 데다, 이 의원이 기자회견장까지 참석했다"며 "이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기도 해 복지부로서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래는 서화문신·미용문신 종합단체인 대한문신사중앙회에서 1명(임보란 회장), 서화문신 단체인 타투유니온지회에서 1명(김도윤 지회장)을 선정했는데,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미용문신만 대표할 1명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기자회견을 주최한 '한국미용문신연합회'는 어떤 단체일까. 기자가 한국미용문신연합회 신유정 회장에게 단체 연혁과 회원 수를 물었더니 "회원 수가 몇 명인지 모르겠다. 파악해본 적도 없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 연합회엔 미용문신 관련 27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에 복지부는 기자에게 "27개 단체 중 자문단에 들어올 1명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기자가 해당 연합회 소속 27개 단체를 살펴봤더니 사단법인으로 조회되는 단체는 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사업자등록증조차 없거나 단체가 만들어진 지 한달 남짓 된 '급조' 단체도 있었다. 심지어 사단법인이 아닌데도 사단법인을 사칭해 홍보하는 단체도 포함돼있었다. 이른바 '유령단체' 여러 곳이 연합회에 소속돼있다는 점을 사전에 파악했는지 묻자 신 회장은 "스토리가 길다. 우리 단체에 대해 더 이상 관심 갖지 말아달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문신사법 하위법령에) 특정 단체의 정책 독점 없이 현장의 '실무 경험'과 다양한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도 "자문회의에서 많은 (미용문신) '실무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므로 자문단의 미용문신 위원 구성을 지금(2명)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 문신 시술 경력을 묻자 "본인은 문신 경력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복지부 관계자는 문신사 자문위원 2명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단체 연혁과 회원 수, 단체장의 문신 시술 경력 등을 전반적으로 보며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대로라면 '문신 시술 경력이 없는' 문신 관련 단체장은 자문단의 문신사 위원 자격에서 제외된다.
앞서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에 들어갈 문신사 위원 후보는 17명에서 5명으로 압축됐는데, 복지부는 5명 중 이 기준에 따라 2명을 선정했다. '탈락자' 3명 중 미용 관련 법정단체장을 제외한 2명이 이번에 한국미용문신연합회 소속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탈락자' 2명 역시 문신 시술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을 복지부는 탈락 근거로 삼았지만, 연합회 소속 한 단체장은 "이들 모두 단체장 사이에서 자문단에 들어갈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고 귀띔했다.
결국 27개 단체 연합회의 수장을 비롯해 상당수 단체장은 문신 시술 경력이 없고, 단체 정체성도 불분명하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이 의원은 "(전남) 광주 사는 오래된 지인이 신유정 회장의 남편인데, 내게 문신사법 진행상황(하위법령 자문단 구성)이 서화문신(타투) 중심으로만 구성됐다"며, "부인이 미용문신 무슨 회장인데 (이에 소외된) 미용문신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기회를 달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마련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좌관들과 상의했더니 다양한 의견 수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알선했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 당일 처음 봤다"며 "27개 단체 중에 유령단체가 있는지 난 모른다. 기자회견 이후 상황은 복지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더 묻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 연합회 소속 단체장 A씨는 머니투데이에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이 서로 자문단에 들어가려고 해 1명으로 추려지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단체장 사이에서 이른바 '지역 문신사 회원 관리 보장권'을 미끼로 지지 세력을 모으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자신을 자문위원으로 지지해 표를 주면 추후 일부 지역 문신사들에 대한 위생교육 등 관리 권한을 주겠다는 청탁까지 오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단체장 B씨는 "신유정 회장이 본인이 자문단에 들어간다고, 기자회견 열기 전부터 이개호 의원실을 통해 이미 내정됐다고 단체장들에게 말했다고 들었다"며 내정설 의혹을 머니투데이에 제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회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개호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자문단에 들어갈 사람을 전혀 특정하지 않았다"며, 신씨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당초 이달 3~4주차에 이 자문단을 출범하고 문신사법 하위법령에 담길 내용을 도출할 구상이었다. 하지만 문신사 추가 위원이 선정되지 않아 출범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두피문신 단체들이 나설 태세다. '국회의원을 섭외해서 기자회견만 열면 두피문신사도 자문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