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병원 71% "아이 경련 막을 약 떨어져"…7월 소아 진료대란 올까

정심교 기자
2026.05.17 17:06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티반'을 포함한 소아 필수의약품이 진료 현장에서 계속 품절되는 사태를 지적하며 정부의 대처를 촉구했다. /사진=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빠르면 한 달 내 소아진료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소아청소년 병원 10곳 중 7곳이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 같은 소아 필수의약품이 없거나 1~2개월분만 가진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정부는 필수의약품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진료 현장에선 "탁상공론"이라며 날 세운 형국이다.

17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협회가 실시한 긴급 실태조사에 참여한 회원병원 35곳 가운데 71.4%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아티반 주사제 재고와 이에 따른 진료 차질 정도'에 대해 응답한 병원의 34%는 "이미 재고가 소진돼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또 37%는 "1~2개월 내 소진될 예정으로, 당장 7월 이전에 치료 대란이 확실시된다"고 답했다.

'아티반'은 소아 경련 환자에게 사용하는 1차 치료제다. 뇌의 신경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발작제다. 소아의 열성 경련, 뇌전증 상태에서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이 약을 가장 먼저 투여한다. 소아의 불안 완화, 수술 전 진정 등 목적으로도 이 약이 쓰인다. 어린이 치료 시 중요성이 큰 만큼 국가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으로도 지정돼 있다.

'아티반'을 소아 경련에 사용하면 10분 이내 경련을 멈추고, 영구적인 뇌 손상을 막는 '골든타임' 사수에 유일한 약으로 꼽힌다. '아티반'을 대체할 약이 있지만, 호흡기 질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앞서 지난해 1월, 기존 공급사인 일동제약은 수익성 저하, 설비 노후화 등을 이유로 로라제팜 주사제의 공급 중단 계획을 보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티반'의 약가는 앰플당(2㎎ 기준) 782원으로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생산원가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생산업체가 채산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일동제약은 지난해 말까지 제품을 생산한 뒤 올해 들어 생산시설을 정리했다.

아티반 공급 추이/그래픽=김지영

이후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급 불안이 제기됐던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의 공급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진제약이 물려받아 해당 의약품을 지속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식약처와 일동제약은 품목 양도·양수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 제약사와 제조소 변경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최근 기술이전 관련 절차를 완료했다. 품목을 양수할 삼진제약은 생산과 공급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식약처에 변경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관련 절차를 신속히 검토하겠다"며 "로라제팜 주사제의 변경허가 이후에도 의료현장 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진료 현장에선 재고 부족을 호소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한다. 이 협회가 서울 강남구 웨스틴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열성 경련 환아 필수 주사제 아티반이 공급 중단 선언 이후 보건 당국은 특별한 대책이 없다가 최근 언론의 지속적인 우려가 나오자 부랴부랴 기술 이전 등으로 아티반 공급 공백을 해소했다고 전했다"며 "하지만 소아청소년병원 35곳 중 25곳이 아티반 재고 바닥 상태에 있어 당장 이 질환 환아 치료의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티반 기술 이전 등 식약처가 약속한 조속 심사가 이뤄지더라도 위탁생산 협상부터 안정 유통까지 통상 6~1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티반 재고가 바닥인 71%의 소아청소년병원은 최소 6개월 이상은 아티반 공급 공백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이날 이홍준 부회장(김포 아이제일병원장)도 "소아 필수 주사제 아티반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같은 소아필수약 품절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해 왔는데 보건 당국은 매번 반복되는 현상을 왜 남의 일처럼 지켜만 보고 있는지, 혹시나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손을 놓은 것인지,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아티반 공급 중단 사태는 우리나라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 위기의 한 단면으로 벤토린(2년차 글로벌 공급 부족), 풀미코트(매 환절기 부족), 시럽 해열제·항생제(매년 환절기 품절) 등도 품절이 반복돼 왔지만, 그 누구 하나도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해결하려는 실천은 없어 소아 필수약의 현주소가 이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동균 부회장(광주시 남구 미래아동병원장) 역시 "소아 필수약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사용량이 적어 공급자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해 공급이 중단되거나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들은 아프면 성인약을 동냥해 투약받을 수 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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