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신규 위탁생산(CMO) 수주가 1건에 머무르며 수주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인적분할로 수주 경쟁력이 강화되며 안정적인 수주 확대가 기대됐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와 파업 현실화로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안정성 리스크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수주 부진이 이어질 경우 6공장 증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공시한 신규 수주는 지난 4월 이뤄진 기존 계약의 증액 건이 유일하다. 규모는 약 4755만달러(약 70억3644만원)다. 해당 계약은 지난해 8월 체결됐으나, 지난 3월 계약 조건 이행으로 최소구매물량이 확정되면서 처음 공시됐다. 온전히 올해 처음 체결된 계약은 사실상 '0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해당 계약은 지난해 8월 체결됐으나 3월에 최종 구매물량 확정됨으로써 공시된 것으로, 공시 기준 신규 수주 계약으로 보고 있다"며 "3월13일 신규 계약과 4월10일 증액 계약으로 신규 수주는 총 2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5월 총 4건의 CMO 계약을 체결하며, 공시기준 누적 수주액 24억9900만달러(약 3조6047억원)를 달성한 바 있다. 올해 누적 실적과 비교하면 건수와 규모 측면에서 모두 차이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앞두고 있는 고객사도 일단 파업 이슈가 해결되는 걸 보고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 수주 성과를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지난해 수주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적분할로 고객사의 이해상충 우려도 해소됐기 때문. 그러나 실제로 파업이 발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수주 리스크가 커졌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지난 6일부터 연장근무, 휴일근무 등을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생산이 하루만 중단돼도 배양 세포를 전량 폐기해야 할 만큼 연속 공정의 안정성이 절대적인 산업"이라며 "파업 장기화나 준법 투쟁은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공급망 변화의 필요성을 갖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파마나 글로벌 규제 기관은 국내 바이오 산업 전체의 노사 리스크로 일반화해 받아들일 위험이 있어 공동의 페널티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CDMO 산업의 빠른 성장세에 발맞춰 선제적인 생산 캐파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장기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선 대규모 캐파와 안정성이 중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걸고 있는 '초격차' 경쟁력도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캐파를 핵심 토대로 삼고 있다.
최근엔 후발주자인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후지필름은 2019년 덴마크 힐레뢰드에 위치한 바이오젠의 생산시설을 8억9000만달러(약 1조3336억원)에 인수했으며, 추가 증설을 위해 1000억엔(약 9435억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선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중국 기업보다 일본 기업을 대체 공급망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BioPlan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캐파 시설 순위에서 후지필름은 덴마크 힐레뢰드 시설을 통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힐레뢰드 시설 내 신규 품질관리(QC) 연구소 건설이 완료되기 전인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후지필름은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중국 CL바이오로직스 선전 시설은 지난 3월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위 자리를 지켰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18만리터 규모의 6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파업과 신규 수주 부진 등의 영향으로 6공장 증설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투자 재원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분기별 실적이 고르지 않은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현재 다수의 빅파마와의 계약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공장 착공 계획은 아직까지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