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분만 뺑뺑이'를 막기 위한 단기·중기 계획을 발표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책임지는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진료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고위험·고난도 분만에 대한 보상은 높이되 사법 리스크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고, 중증 환자는 광역상황실이 병원을 수배하는 내용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오는 9월까지 전국에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단기적으로 현재의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체계를 기반으로 응급 분만 상황에 집중 대응할 방침이다. 임신부가 119구급대를 부르면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우선 이송하되, 응급상황에서는 네트워크 내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수용하는 방식의 진료협력체계를 활성화한다. 모자의료센터는 산모와 신생아의 통합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지정, 시설·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으로 현재 중증 2개소, 권역 20개소, 지역 33개소가 지정돼있다.
만약 권역 내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의 전원전담팀과 중앙119 구급상황센터가 병원 선정에 나선다. 이를 위해 중앙모자의료센터의 전원전담팀 인력은 5명→15명으로 3배 늘리고, 다음 달부터는 한 번에 여러 병원으로 이송·전원 요청을 보내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도 개통할 계획이다. 고위험·응급 분만 임산부는 병원 간 전원시에도 민간구급차가 아닌 119구급차를 이용하고 장거리는 닥터헬기부터 소방·군(軍) 헬기를 총동원해 '골든타임'을 사수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가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현재 9개 권역(12개 협력체계)에서 진행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연내 충청권, 전북권, 제주권 등 전국으로 확대 구축할 계획"이라 말했다.
산과(産科) 분야는 지난 3월 기준 전국 40여곳 대학병원 산부인과의 전임의가 5명에 불과할 만큼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동네 분만병원의 전문의도 권역모자의료센터 당직을 일부 서거나 파트타임 근무를 할 수 있게 인력 기준을 완화하고 △임신주수 △미숙아의 상태 △비수도권 여부 등에 따라 7월부터 진료수가를 가산해 참여도를 높일 방침이다.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365일, 24시간 권역·광역별 대응체계 완성'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최상위 분만 기관인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현재 서울 2곳에서, 단계적으로 4개 광역(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별 1곳씩 추가 설치해 총 6개로 늘린다. 동시에 진료역량·실적 등을 기반으로 모자의료센터를 정기 평가해 의료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진료 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 소재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집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성과기반의 사후 보상을 우선 도입하는 한편 은퇴 의사(시니어 의사) 채용 시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하고, 국립대병원의 산과 전임교원 증원을 추진하는 등 인력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임산부와 신생아를 돌볼 수 있도록 의료사고 부담도 완화한다. 6월부터는 분만 등 필수의료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고액 배상 보험료 지원 대상을 응급·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넓힌다. 또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도 신생아 뇌성마비·사망, 산모 사망에서 산모 중증 장애가 발생한 경우(최대 1억 5000만원)까지 확대한다.
또 이날 복지부는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광주 전라지역에 시범 도입한 '이송체계 혁신 모델'을 올해 3분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송체계 혁신 모델은 응급실 의사와 구급상황실, 119대원이 함께 △지역 현실에 맞는 응급의료 이송지침을 확립하고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며 △중증도 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선정·지원하는 방식이다.
광주 전라지역은 이런 시범사업을 도입한 후 일평균 최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2025년 7.6명에서 지난 4월 6.6명으로 줄고, 일평균 권역응급의료센터(6개)의 중증 환자 수용 인원은 같은 기간 35.6명에서 46.8명으로 증가하는 등 성과를 냈다. 복지부는 "전국적으로 이송 병원을 수배하거나, 이송-전원 통합 연계를 하는 등 미수용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현장의 평가"라고 전했다.
이에 복지부는 7월까지 각 시·도가 지역 내 의료자원 분포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이송지침을 정비하고 → 8월 보완 → 9월 이내 전국 실시·모니터링 순으로 전국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정적 제도 시행을 위해 이 기간 응급의료법 개정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현장의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묶고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을 낮춰 국민과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전국의 임산부·신생아와 응급 환자들이 안전하게 이송돼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