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놔두면 치매 온다는데…"인공와우 수술 대상자 82%가 방치"

정심교 기자
2026.05.27 17:12
27일 기자간담회장에서 코클리어가 전시한 인공와우 신제품 '뉴클리어스 넥사 시스템'. /사진=정심교 기자

난청은 청력이 좋은 쪽 귀의 청력역치가 25데시벨(dB)을 초과할 때로 정의한다. 이런 환자가 난청을 방치하면 단지 삶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치매 유발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를 이식해야 하는 새 이유가 생긴 것이다.

27일 글로벌 청각 임플란트 전문기업 코클리어가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재호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청력 손실이 10데시벨(dB)씩 높아질 때마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1.2배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런 인과관계는 난청환자 중에서도 난청 상태가 심한(고도·증등도) 환자에게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중년기에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인자로는 난청(7%)과 고지혈증(7%)의 비울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울(3%), 두부 외상(3%), 당뇨병 흡연 고혈압(각 2%)보다 높다.

난청과 치매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해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된다. 그중 '인지부하설'이 유력하다. 총량이 정해진 인지자원을 난청 환자가 청각 처리하는 데 더 많이 끌어 쓰면서 정작 인지 과제(기억·판단·사고 등)를 처리하는 데 쓸 인지자원이 부족해 뇌가 위축되고 인지기능이 떨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정재호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난청과 치매의 연결고리 가설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난청·치매가 '공통 원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가설도 힘을 얻는다. 미세혈관 순환 장애로 뇌, 귓속(내이) 혈류가 떨어지고, 산화 스트레스로 청신경 기능이 떨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난청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보청기 착용 △인공와우 이식이다.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키우는 방식인데, 난청이 심한 환자에겐 효과가 미미하다. 반면 인공와우는 소리를 뇌로 직접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인공와우 전극을 귓속 달팽이관에 이식하면 청각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해 중증 환자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청력이 60~80점으로 정상인(100점)보다 약간 떨어지는 사람이 보청기를 끼면 90점으로 좋아진다면, 청력이 0~40점으로 매우 나쁜 사람은 인공와우를 귓속에 이식해 90점으로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전 세계적으로 1978년 호주 멜버른에서 클라크 교수가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뿌리내렸다.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선 인공와우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중증 난청 환자들이 보청기에만 의존하거나 치료를 아예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인공와우 이식술을 꼭 받아야 하는 중증 난청(귀 양측 청력역치가 80dB 이상) 환자의 17.6%만 인공와우를 이식했다"며 "이 배경엔 인공와우에 대해 모르는 환자가 적잖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인공와우 수술 대상자의 82.4%가 방치된 셈인데, 이는 보청기를 꼭 착용해야 하는 환자 중 보청기를 실제 착용한 비율(34.4%)보다도 낮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인공와우 이식술을 꼭 받아야 하는 중증 난청 환자의 17.6%만 인공와우를 이식했다"며 "이 배경엔 인공와우에 대해 모르는 환자가 적잖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인공와우의 최첨단 기술력도 소개됐다. 코클리어의 인공와우 신제품 '뉴클리어스 넥사 시스템'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펌웨어, 내장 메모리를 탑재해 향후 청각 기술력이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인공와우 사용자는 새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외부 어음처리기를 교체해야 했는데, 이번 신제품은 임플란트 자체의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교체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또 이 제품은 사용자의 청취 설정값을 임플란트 내부 메모리에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이를 통해 어음처리기를 잃어버렸거나 어음처리기가 망가져도 새로운 기기에 기존 설정을 빠르게 탑재해 복원할 수 있다.

이윤이 코클리어 코리아 대표는 "뉴클리어스 넥사 임플란트는 자체 펌웨어를 탑재한 최초의 인공와우 시스템"이라며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 기능을 제공하듯, 사용자들도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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