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 아랑곳 않는 中 바이오…잇단 빅딜에 학회 핵심 발표까지

정기종 기자
2026.06.03 13:12

생물보안법 등 견제 속 최근 美·中 바이오 기업 협력 확대…도입처 넘어 파트너 지위
이노벤트-화이자, 15조 규모 공동개발·우시바이오-비리디안 장기 공급 계약 체결
中 단독 임상 기반 항암신약, ASCO 핵심 발표 선정 등 바이오 산업 위상 변화 뚜렷

미국이 중국 바이오 견제 기조를 이어가지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기업과 대형 기술이전,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은 물론 세계 최대 암 학회 핵심 발표에서까지 중국 바이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중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는 지난달 29일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최대 105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항암 분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12개 개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계약으로 이 가운데 8개는 이노벤트가 발굴한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글로벌 빅파마가 중국 바이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중국 기업을 신약개발 파트너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제 화이자는 개발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공동개발 구조를 택하며, 이노벤트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화이자는 지난해에도 중국 3SBio와 면역항암제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바이오는 생산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 비리디안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26일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 '벨리그로투그'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벨리그로투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예상되는 품목으로 비리디안의 차세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된다.

양사 계약에 따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향후 5년 동안 벨리그로투그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을 담당한다. 향후 법률 변화로 우시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면서까지 비리디안은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생산 파트너로 낙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의 표적 기업으로 지목됐던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지난해 말 통과된 최종 법안에서는 기업명이 명시되지 않아 다소 위협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별도 법안 등을 통한 위험성은 남아있다.

업계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고 본다. 차세대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기술이 이미 글로벌 선두권 수준으로 올라왔고, 그에 걸맞은 생산 역량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할 비중국권 CDMO가 제한적인 점도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 바이오의 위상 변화는 학술 무대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중국 아케소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이보네시맙'이 핵심 연구 발표에 선정됐다. 이보네시맙은 PD-1과 VEGF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다. ASCO에서 선정된 연구 발표를 통해 MSD '키트루다'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확인한 것은 물론, 또 다른 임상연구를 통해 전체생존기간(OS)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까지 확보한 상태다.

특히 중국에서만 진행된 임상 결과가 ASCO 핵심 세션에 오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3대 암 학회인 ASCO는 행사 발표 선정에 있어 글로벌 시장 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을 엄격히 선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정 국가에 한정된 임상의 경우 약물 효능에 대한 인종 간 범용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인정받는 경우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는 중국 바이오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 임상 데이터는 글로벌 규제기관과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ADC나 다중항체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파트너로 선정되는 사례들이 누적되며 기술력이나 연구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며 "이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세계 최고 권위 암 학회 무대에서 주요 연구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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