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藥' 꼬리표 떼는 RNA치료제…적응증 확장 본격화에 존재감↑

정기종 기자
2026.06.04 16:16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 11.2조원…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 지속
임상 건수 4년 만에 2.5배 증가…희귀질환서 대사·심혈관·CNS로 영역 확장
국내 올릭스·알지노믹스, 빅파마 기술이전 이어 차세대 적응증 연구 속도

기사 이해를 돕기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오픈AI 챗GPT

RNA 치료제가 희귀 유전질환 중심의 틈새 시장을 넘어 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 뇌질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임상시험 증가와 대형 기술거래 확대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차세대 핵심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로 부상 중이라는 평가다. 국내 대표사로 분류되는 올릭스와 알지노믹스 역시 각각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인정받은 독자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적응증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와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30억달러(약 4조6000억원)였던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3억달러(약 11조1700억원)를 기록하며 연평균 약 19% 성장세를 보였다. 임상 시작 건수 역시 2020년 50건에서 4년 만에 2.5배 증가(123건)했다.

RNA 치료제 성장 배경에는 전달 기술 발전과 체내 지속성 개선이 있다. RNA 치료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단백질 생성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RNA를 조절해 질병 원인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특히 희귀질환과 간 질환에서 적극 활용됐다. 원인 유전자가 명확한 희귀질환은 특정 유전자를 정확히 조절하는 RNA 치료제 적용이 쉽기 때문이다. 간 질환의 경우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는 RNA 한계에도 상업화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최근 들어선 RNA 치료제 적용 영역이 심혈관·대사질환과 종양 영역까지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2016년 바이오젠 '스핀라자'가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열면서 임상 경험과 전달 기술 발전이 축적된 결과다. 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 역시 적응증 확장에 큰 몫을 했다.

특히 대사질환 영역에서 역할 확대가 주목된다. 현재 시장을 주도 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지만, 지속성 문제와 근육 감소라는 한계가 뒤따른다. 반면 RNA 치료제의 경우 지방 축적 신호 자체를 억제하는 접근법을 선택했다. 자체 효능은 물론, GLP-1과 다른 기전으로 병용 시너지까지 노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관련 분야에서 국내 올릭스를 비롯해 애로우헤드, 앨나일람 등 주요 RNA 치료제 개발사들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올릭스의 경우 관련 파이프라인 'OLX501A'를 통해 마우스 모델에서 체중 10.7% 감소와 체지방 감소, 근육량 증가를 확인한 상태다. 올 하반기 영장류 독성 시험 종료 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나선다는 목표다.

업계는 향후 RNA 치료제가 비만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 영역에서도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영역은 중추신경계(CNS)다. 그동안 혈뇌장벽(BBB)이라는 높은 진입장벽 탓에 RNA 치료제 적용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디라너센'이 임상 2상에서 타우 단백질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 지연 가능성을 확인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비록 1차 평가지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RNA 기반 신경질환 치료 가능성을 임상 단계에서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도입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애로우헤드의 CNS RNA 신약 후보를 최대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로 도입했다. 일라이 릴리와 애브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도 최근 2년 새 RNA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국내 주요사들 역시 차세대 적응증 공략에 합류한 상태다. 올릭스는 동물 모델을 기반으로 한 CNS 영역 PoC(개념 입증) 데이터를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초기 연구단계 자산에 대한 도입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조기 기술이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간암 신약후보 'RZ-001'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한 알지노믹스 역시 독자 RNA 편집 플랫폼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RZ-003'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알지노믹스 기술은 망가진 RNA를 정상으로 바꾸는 RNA 치환 효소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간암은 물론, 일라이 릴리와 협업 중인 난청(희귀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RZ-003은 기존 RNA 치료 영역인 간과 희귀질환을 넘어 CNS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한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향후 더 다양한 적응증으로 진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 기술은 광범위한 돌연변이 표적 가능성, 반수체 부전 대응, 치료 유전자 발현 레벨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과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 표적 가능성과 같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이미 200개 이상의 타깃 질환에 대한 유전자 뱅크를 구축했고,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고 환자 규모 및 시장성이 큰 다양한 질환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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