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알츠하이머병)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지만 65세 이전 발생하는 '젊은(조발성) 치매' 환자도 전체 10명 중 1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다. 조발성 치매는 특성상 노인성 치매보다 인지기능 저하는 물론 공격성이 강해지거나 초조함, 배회, 환시, 망상 등의 정서·행동 변화(행동심리증상)도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나 치료 등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이 훨씬 크다.
문제는 조발성 치매는 젊을 때 나타나는 만큼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울증과 같이 다른 질병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 치매로 판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성 치매보다 진단 시기가 평균 1.6년 더 늦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혈액검사 지표(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조발성 치매의 특성과 질병 진행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 주목된다. 조기 진단과 질병 경과 예측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질병청에 따르면 2021년 시작돼 2024년부터 2단계 연구가 진행된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구축한 조발성 치매환자 코호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p-tau217(phsophorylated tau 217)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등 조발성 치매와 연관된 주요 바이오마커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조발성 치매 환자 245명과 전두측두엽치매 77명 등 총 322명을 약 2년간 추적 관찰해 혈액검사 결과와 인지기능 변화, 임상 경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조발성 치매 환자는 혈액 내 바이오마커 수치가 높을수록 인지기능 저하와 임상 증상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적 기간 주요 바이오마커 수치가 모두 증가해,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의 질병 진행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반면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에게서는 일부 바이오마커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성을 보였지만, 조발성 치매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바이오 마커가 조발성 치매만을 위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발성치매환자 코호트 연구팀 장혜민 교수(서울아산병원)과 김은주 교수(부산대병원)는 "이번 연구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의 임상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성과"라며 "향후 질환별 특성을 반영한 예후 예측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장은 "조발성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증상도 다양해 조기 진단과 경과 예측이 특히 중요하다"며 "국내 조발성 치매 코호트를 기반으로 혈액 바이오마커, 뇌 영상, 유전체 정보를 연계 분석해 환자 맞춤형 관리 근거를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조발성 치매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와 임상 경과의 관련성 연구'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최근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