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기업들의 3분의 1정도는 한국기업인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판을 벌인 행사라고 생각된다"(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바이오 컨벤션 행사로 꼽히는 '바이오 USA' 현장을 가득 채웠다. 부스를 꾸린 기업만 80여개에 달했고, 국가 단위 부스 중 가장 큰 공간도 한국 몫이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바이오 USA 현장에는 전세계 2만여명의 바이오 업계 관계자가 모여들었다. '사명이 이끄는 혁신'(Driven by Purpose)을 주제로 올해로 3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인공지능(AI)과 정밀의료, 맞춤형 진단, 해외 진출 전략 등 다양한 주제로 150개 이상의 세션이 마련됐다.
행사 핵심 장소인 전시 부스에선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올해 국내사들은 총 79개사(통합한국관 51개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서울대 연합관 28개)가 부스를 꾸렸고, 참여 기업 수는 최소 130개를 넘어섰다.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국가다. 참가 등록한 국내 관계자만 1200명 이상으로 집계된 상태다. 전체 행사 참석 인원이 68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참가 규모에 걸맞게 전시장 주요목인 메인스트리트 한켠에 위치한 한국관은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관 대비 2배 이상 큰 규모였다.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 영향도 있지만, 국내사들의 입지가 한층 커진 점 역시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개별 기업별들은 각 사별 핵심 경쟁력을 앞세워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14년 연속 단독 부스를 꾸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스의 절반 가량을 미팅룸으로 조성할 만큼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현장기간 예정된 미팅만 100건이 넘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찾은 실제 현장에서도 국내외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위탁생산(CMO)은 물론, 위탁연구(CRO), 위탁개발(CDO)을 아우르는 총괄 서비스 경쟁력은 물론, 미국 록빌 캠퍼스 등 생산 능력 확장력을 앞세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MDO) 입지를 굳힌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기업으로 도약을 본격화 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139㎡ 규모의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신약개발 역량을 비롯한 차세대 성장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전시회 주요 화두인 'AI존'에 부스를 꾸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역량과 사업 전략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AI존은 메인스트리트 인근에 위치한 핵심 전시구역으로 전시공간의 70%이상을 AI와 관련된 컨텐츠로 꾸려야한다. 전시회 주요 테마인 AI 부각을 위한 주최측의 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셀트리온 부스 내 AI 기반 신규 타깃 발굴과 포트폴리오 확장, 차세대 다중항체 설계 기술, 개발 가능성 평가 기술, 연구 플랫폼 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AI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보다는 신약 개발과 적합한 융합 기술로 AI존 내 위치한 부스 테마와 올해 회사가 알리고자 하는 방향성이 잘 맞았다"라며 "실제로 신약 개발과 관련 미팅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USA 개막 직전 글로벌 선두 AI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 메디슨과 최대 25억7000만달러 규모로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SK바이오팜 부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관심에 부응하듯 현장에는 이동훈 사장이 직접 나서 계약 의미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이 사장은 "이번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게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I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고도화 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며 "올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AI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 1공장 사용승인 획득으로 국내 생산기반을 확보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한국·미국 생산 기지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CDMO 협업 모델을 강조했다. 특히 아시모브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 성과를 현장에서 발표하며 해당 전략에 힘을 실었다. 세포주 개발부터 GMP 생산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협업 방식이 골자다. 이를 통해 DNA 단계부터 원료의약품 생산 및 임상 물질 공급까지 전 과정을 약 8.5개월 만에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달라진 국내 업계 위상은 이번 행사기간 꾸준히 입증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에는 바이오 USA 내 처음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에 초점을 맞춘 '코리아 라이징'(Korea Rising) 세션이 별도로 마련된다.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비롯해 이재준 일동제약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 등이 참석해 국내 바이오 업계 경쟁력을 조명하고 한층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을 토론하는 자리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투자 생태계, 글로벌 기술이전들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업 파트너로서의 국내사, 플랫폼과 신약 개발 기술 강점을 기반으로 한 한국 시장의 유망성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