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수가 개편' 예고, 임상검사기관 긴장

박미주 기자
2026.06.24 04:16

주요 5곳 적자 행진… 원가보상률 하향시 경영난 가중
"줄도산땐 검사 인프라 붕괴 우려… 선별적 지원 절실"

주요 5개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수탁기관) 영업이익 추이/그래픽=김지영

정부가 검체검사 수가개편을 예고하면서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수탁기관)들의 경영타격이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주요 5개 검사 전문기관은 수년째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체검사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검사인프라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국내 수탁기관들이 도산하면 고난도 진단처리를 위해 해외업체를 이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료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23일 머니투데이가 국세청 홈택스와 기업정보 조회서비스 나이스비즈라인을 통해 국내 주요 5개 검사전문 수탁의료기관의 영업이익을 살펴본 결과 이 기관들은 최근 2~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씨젠의료재단은 지난해까지 3년간 적자였다. 적자폭은 2023년 274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430억원으로 손실이 더 확대됐다. 녹십자의료재단도 3년 연속 영업적자에 빠졌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177억원이었다. 삼광의료재단과 SCL(서울의과학연구소)도 3년 연속 적자로 지난해 각각 96억원, 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원의료재단은 지난해 112억원의 영업손실로 2년 연속 적자였다.

문제는 정부의 검체검사 개편과정에서 수익이 더 낮아져 수탁기관들의 경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원가보상률이 평균 190% 수준인 검체검사 수가를 올해 원가보상률의 150%(평균 141%) 수준으로 약 25% 낮추는 안을 발표했다. 2028년에는 110%(평균 108%)로 조정하는 게 목표다.

기형적인 검체검사 수가배분 비율도 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는 검체검사시 단순히 위탁만 하는 병의원이 '갑'의 구조에 있으면서 전체 수가를 받고 해당 수가의 평균 60%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됐다. 법적으로는 검사기관이 수가의 100%를, 위탁기관은 검사료의 10%를 가져가야 하지만 이게 관행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 검사 수탁기관들의 경영이 악화한 배경이다. 위탁기관이 검사로 쉽게 돈을 벌면서 과잉검사가 증가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이에 복지부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검사수가를 분리해 지급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전체 검사수가의 25~30% 수준을 위탁기관 배분율로 정하고 여기에 시범가산을 더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검사 수탁기관의 몫이 기존보다 줄어 검사인프라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25~30% 수준의 위탁기관 배분율에 시범가산까지 추가로 얹는 방안은 심각한 구조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위탁기관 입장에서 외부로 검체를 보내기만 해도 수가의 반에 달하는 수익이 무조건 보장된다면 어느 의료기관이 굳이 비용과 수고를 들여 자체검사 인프라를 구축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진단검사 생태계의 기본구조마저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고난도·저빈도 필수검사의 국내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단검사업계 관계자는 "검사전문 수탁기관들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으면 검사가 지연될 뿐 아니라 환자의 피를 해외 검사센터로 보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의료접근성 저하를 넘어 국민의 민감한 핵심 건강정보가 국외로 유출되는 심각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료생태계의 붕괴를 막고 국민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고난도 검사 수행능력과 질 향상에 애쓰는 기관을 선별해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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