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 영상 속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가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아 풀려났다. 하지만 누리꾼 상당수는 그의 동작이 펜타닐 중독 증상과 흡사하다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거 당시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 나타났다는 점, 그의 자세가 펜타닐 중독자들의 동작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A씨는 지난 21일 낮 12시3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 단지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배회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한 목격자는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선 A씨가 마치 좀비처럼 등을 굽힌 상태로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좌우로 조금씩 비틀거렸다.
최근 미국·호주 등 해외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펜타닐 좀비'를 연상케 하는 이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유포됐다. 누리꾼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뒷골목에서나 보던 광경 아니냐', '호주에서 마약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을 봤는데 한국까지 이러는 거냐' 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타나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긴급 체포했다. 그의 소지품 중 필로폰·펜타닐 등 마약류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몸에 힘이 없어서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기 수원권선경찰서는 긴급 체포한 30대 남성 A 씨를 24일 석방했다고 밝혔다. A씨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후 회신받은 1차 예비 감정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A 씨가 펜타닐을 투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별도로 펜타닐 간이 키트 검사를 실시했지만, 마찬가지로 음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과연 펜타닐에 중독되면 몸이 어떻게 변할까.
펜타닐은 아편계 약물로, 처음엔 도파민이 나오면서 기분이 좋고 몽롱하고 편안해지면서 진정된다. 그러다 의식이 흐려지고 착란증세가 나타난다. 몸에 힘이 빠지고 겨우 서 있을 정도가 된다. 돌 같이 굳는다고 해서 스톤드(stone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펜타닐이 몸속에 들어오면 5~10분 만에 뇌 속까지 침투한다. 심하면 호흡을 관장하는 이른바 '숨 뇌'를 마비시켜 결국 숨을 쉬지 않게 된다. 질식 상태에 빠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펜타닐에 한 번 중독되면 강렬한 느낌을 뇌가 잊지 못해 다음엔 펜타닐을 더 많이 투여해야 만족할 수 있다. 펜타닐을 추가 투여하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몸에선 자연적으로 나오는 마약성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정도의 큰 외상을 입었을 때 순간적으로 분비되면서 '아프지 않다'고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펜타닐을 투여하면 뇌에서는 '더는 엔도르핀을 분비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여겨, 엔도르핀을 내보내야 할 때 내보내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펜타닐 중독자들은 펜타닐을 추가 투여하지 않으면 "끓는 기름을 부은 것 같다", "근육을 뒤틀고 살을 잡아 뜯는 듯", "뼈가 쑤신다"는 등의 표현으로 부작용을 호소한다. 펜타닐 투여 때문에 아프지만, 그 아픔을 잊기 위해 펜타닐에 다시 손대야 하는 굴레에 빠지는 격이다.
이 밖에도 펜타닐에 중독되면 초조함, 불안함, 오한, 극심한 변비, 콧물, 땀, 설사, 구역질, 구토 같은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물만 마셔도 구토해 치아가 녹거나, 더운 날씨에도 극심한 오한을 느낄 수 있다.
펜타닐을 포함한 아편계 약물은 장을 마비시킬 정도로 장운동을 억제한다. 펜타닐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위 유문부),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횡맹괄약근)의 근육을 수축시켜 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장 운동성 자체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가스도 내려가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매우 심한 변비를 유발한다. 이 통증을 막기 위해 펜타닐을 더 많이 사용하는 환자들은 더 심한 변비로 고통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졸리거나 섬망이 나타나는 증상도 펜타닐 중독자들에게 흔하다. 뇌 속 정교한 호르몬 시스템이 깨지면서다. 마약 후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에서는 잠깐씩 숨을 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이 이어진다. 이런 뇌 손상이 반복돼 운동을 관장하는 뇌 기관까지 망가지면 '무도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춤을 추듯 몸을 흐느적거리는 것이다. 뇌에서 신호를 아무렇게나 막 내려보내기 때문이다. 근육이 강직되면서 의지와 다르게 이상하게 걷게 된다.
한편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는 약 1주일 후에 나올 전망이다.
도움말=변기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궁금한 이야기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