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섬마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진료 지원 사업이 재이용 의사가 100%에 육박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나 의사단체와 무관하게 시행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고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복지부도 규제보다 확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해수부는 공중보건의사가 없는 무의촌 섬마을 어르신의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무상 지원하는 '비대면 섬 닥터' 사업을 올해 전국 220개 이상 유인도서에 확대 제공한다고 1일 밝혔다.
해수부는 '어촌복지버스'(이하 어복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비대면 섬 닥터란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서벽지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는 비대면 플랫폼 기업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 닥터)가 시행기관으로 참여했고, 올해부터는 대상이 확대되며 일동제약그룹의 헬스케어 플랫폼 새로엠에스가 이를 이어받았다.
해수부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복지증진(12조)과 질환의 예방·치료 등 지원(14조)을 근거로 비대면 진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섬닥터 예산은 올해 약 51억원으로 국비와 지방비, 수협재단 등의 지원을 통해 비대면 진료 인프라(키오스크) 설치+진료비+약 배송까지 이용자가 자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포괄 지원한다.
해수부와 메라키플레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 전국 200여개 도서에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2000여명으로, 재이용 의사는 99.1%에 달했다. 만족도도 10점 만점에 9.1점을 기록했다. 당시 비대면 진료 시행을 주도한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는 "어민들이 너무 좋아하고 자주 이용하셔서 뿌듯했다"며 "비대면 진료를 보고 이틀 만에 약 배송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규제에 매몰된 사이 정작 국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해수부처럼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의 사용을 지원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벽지 거주자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장애인 등을 위한다며 도입된 비대면 진료는 제도화를 앞둔 지금까지도 '잘 몰라서',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메라키플레이스가 2024년 2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전국 222개 시군구의 비대면 진료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의 이용률이 3.27%로 가장 높았고 경기 성남시(3.25%), 경기 수원시(2.74%) 등 수도권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오히려 비대면 진료 혜택이 크다고 평가되는 경남 남해군, 인천 옹진군, 전남 여수시, 전남 완도군, 인천 강화군 등은 이용률이 0%대에 머물렀다.
수도권 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지만, 그렇다고 비대면 진료 수요가 적진 않다.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원격의료 기술개발 현황과 서울시 확산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 100명당 연령별 연간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는 80세 이상이 11.9회로 가장 많고 0~4세가 11.5회로 그다음이었다. 15~19세가 2.5회로 가장 낮고 50대까지 4회 미만으로 유지됐다가 60대부터 나이와 비례에 증가하는 'U자 곡선'을 그렸다.
선 대표는 "비대면 섬 닥터 사업은 '고령층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비대면 진료를 안 한다'는 통념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이고, 교육과 고령 친화 장비를 통해 얼마든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초진 허용 범위와 대상 질환 같은 기준이 수년째 오락가락하는 사이 의료 취약지 환자들은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대면 플랫폼 기업 닥터나우의 이슬 이사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부가 다른 부처와 협력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 스마트 경로당에 비대면 진료를 접목하는 등 확산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