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넘어 플랫폼으로'...글로벌 CDMO 경쟁의 새로운 공식

정기종 기자
2026.07.02 14:56

생산 능력 중심 기존 경쟁력, 단순 수주 의존 파트너십에 확장성 한계
플랫폼 제공 통해 초기 단계부터 협업·특정 모달리티 분야 존재감 강화
론자·후지 등 글로벌 대표 사례…국내선 삼성바이오·에스티팜 본격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경쟁축이 바뀌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와 공장 증설이 최대 경쟁력이던 시대를 지나,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포주와 공정기술, 유전자·RNA 플랫폼 등 자체 기술을 앞세워 초기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하고, 이를 상업 생산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 생산 수주를 넘어 개발 지원과 플랫폼 서비스, 장기 생산 계약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진화 중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CDMO 기업들은 최근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선두 업체인 론자와 후지필름 다이오신스가 일찌감치 플랫폼 전략을 강화한 가운데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 등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본격 합류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CDMO들의 플랫폼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개발 초기 고객을 확보해 생산까지 연결하는 '고객 선점형'과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에스티팜처럼 특정 치료제 분야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모달리티 특화형'이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생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초기부터 고객과 함께하는 기술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론자는 자체 세포주 개발 플랫폼과 공정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후보물질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고객사가 플랫폼을 활용해 초기 개발을 진행하면 이후 임상과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mRNA와 유전자치료제, 바이럴벡터 등 차세대 모달리티 중심의 플랫폼을 강화하며 특정 치료제 분야 개발 전반을 지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생산 이후가 아닌 개발 초기 단계에서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CDMO와 차별화된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 선점형 전략을 본격화했다. 최근 바이오 USA에서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얼리 록인'(Early Lock-in) 전략을 공개한 상태다. 고객사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이후 공정개발과 임상, 상업 생산까지 이어지는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은 "메이저 CDMO들도 신약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플랫폼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며 "신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신약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팜은 RNA를 중심으로 한 모달리티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경쟁력을 기반으로 mRNA와 지질나노입자(LNP), 가이드RNA(gRNA)는 물론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인비보(in vivo) CAR-T 등 차세대 RNA 치료제 분야까지 기술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단순 생산 품목 확대가 아니라 다양한 RNA 기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최석우 에스티팜 전무는 "저분자를 생산하는 능력, 올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항체를 할 수 있는 능력들이 같이 결합되는 일들이 지금 막 일어나고 있다"며 "그 흐름에 맞춰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고 이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RNA 치료제는 이미 검증 단계를 넘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며 "AOC와 유전자편집, 인비보 CAR-T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필요한 기술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CDMO 플랫폼 경쟁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와 RNA, 유전자편집 등 차세대 모달리티가 빠르게 다양화되면서 단일 생산 역량만으로는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각 CDMO들도 자체 강점을 기반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CDMO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산 규모와 공장 증설이 CDMO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이른 단계에서 고객의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차별화된 플랫폼을 제공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생산 역량에 플랫폼과 개발 서비스를 더한 기업들이 글로벌 CDMO 시장의 새로운 승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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