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대세 ADC의 패러다임 변화…'말기암 넘어 1차 치료 시대'

정기종 기자
2026.07.12 17:09

패드셉 이어 Dato-DXd까지…글로벌 ADC 개발축 1차 치료로 이동
리가켐·오름·에임드 등 국내사도 차세대 플랫폼 앞세워 변화 대응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말기암 환자의 후기 치료 옵션과 단독요법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들어 1차 치료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적응증 확대를 중심으로 개발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ADC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변화된 시장 흐름에 맞춰 개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의 경쟁축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의 효능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이른 치료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와 면역항암제 등과 병용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ADC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ADC는 높은 항암 효능을 앞세워 말기암 환자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독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최근 개발되는 차세대 ADC는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독성을 낮춰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병용요법과 1차 치료 시장까지 진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2월 화이자와 아스텔라스가 공동 개발한 ADC '패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은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진행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 적응증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획득했다. ADC가 후기 치료를 넘어 1차 치료에서도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입증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흐름은 다른 암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며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머크와 다이이찌산쿄가 비소세포폐암(NSCLC) 1차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TROP2 ADC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 병용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객관적반응률(ORR) 55~56%, 질병조절률(DCR) 88~89%를 기록하며 ADC 병용 전략의 적용 범위가 폐암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1차 치료 시장을 겨냥한 ADC 개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R&D데이에서 차세대 ADC 개발 방향으로 1차 치료 시장 공략을 제시했다.

채제욱 리가켐바이오 부사장은 "효능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독성 프로파일은 훨씬 좋아졌다"며 "궁극적으로는 퍼스트 라인(1차 치료)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ADC 경쟁력은 페이로드(약물)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듀얼 페이로드와 노블(새로운 기전) 페이로드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ADC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오름테라퓨틱은 해당 측면에 부합하는 차세대 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오름은 ADC 세포독성 페이로드 대신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를 항체에 결합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를 핵심 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독성 페이로드 대신 TPD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높이고, 타깃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ADC 치료제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는 독성 개선과 병용 전략에 유리한 범용성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1차 치료 시장 진입 경쟁은 자연스럽게 차세대 페이로드 확보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 6일 N-미리스토일트랜스퍼라제 억제제(NMTi) 페이로드를 사용하는 마이릭스 바이오를 최대 15억달러(약 2조270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페이로드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플랫폼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노바티스의 딜(계약)로 글로벌사들이 새로운 타깃이나 노블 페이로드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강해졌다는 것이 확실해진 셈"이라며 "그동안 차세대 ADC 패권의 중심에 노블 페이로드가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온 이유"라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협업 중인 에임드바이오는 차세대 ADC 경쟁이 신규 페이로드 확보를 넘어 플랫폼 기술 경쟁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강한 약물을 탑재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안전성과 효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플랫폼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남구 에임드바이오 대표는 전날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바이오차이나 글로벌 포럼에서 "차세대 ADC 경쟁력으로 신규 페이로드뿐 아니라 링커와 접합기술, 치료지수(TI) 개선, 제형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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