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폰 잠깐" 이러다 눈 터질 듯한 고통이...'실명' 부르는 이 병

정심교 기자
2026.07.22 09:55

[정심교의 내몸읽기] 급성폐쇄각녹내장 바로 알기

정상 시야(왼쪽)와 녹내장 환자의 시야(오른쪽) 비교.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어두운 침실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던 중 갑자기 눈이 터질 듯 아프고, 머리가 심하게 아프며 구역·구토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두통이나 소화기 질환이 아닐 수 있다. 시력을 위협하는 안과 응급질환인 '급성폐쇄각녹내장'의 신호일 수 있어서다.

22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김민진 교수는 "급성폐쇄각녹내장은 눈 속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전방각이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질환"이라며 "몇 시간 내 안압이 40~60㎜Hg 이상으로 상승해 시신경을 빠르게 손상시키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폐쇄각녹내장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홍채가 앞으로 밀리면서 방수 배출 통로가 막혀 발생한다. 원래 전방각이 좁거나 눈의 길이가 짧은 원시 환자에게 잘 생기며, 어두운 곳에서 동공이 커지는 상황이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 감기약, 멀미약, 일부 다이어트약 등도 수정체의 전방 이동을 유발할 수 있어 젊은 층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개방각 녹내장은 방수 배출 통로는 열려있으나 배출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시야가 만성적으로 좁아지는 질환이다. 반면 급성폐쇄각녹내장은 전방각이 갑자기 막혀 증상이 급격히 나타난다.

급성폐쇄각녹내장은 눈 속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전방각이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질환이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급성폐쇄각녹내장의 대표 증상은 갑작스러운 극심한 눈 통증, 시력 저하, 눈 충혈, 불빛 주변에 무지개 잔상이 보이는 증상이다. 여기에 심한 두통,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뇌졸중이나 편두통,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해 신경과나 내과를 먼저 찾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감별의 핵심은 '눈 자체의 증상'이다. 극심한 두통과 함께 한쪽 눈이 터질 듯 아프거나,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심한 충혈이 동반된다면 즉시 안과에서 진료받아야 한다. 특히 어두운 곳에 있거나 피로할 때 눈이 침침하고 뻐근하다가 잠을 자고 나면 호전되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간헐적 폐쇄각 발작'일 수 있다. 이는 향후 전방각이 완전히 막히는 대발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검진이 필요하다.

국내 전체 녹내장 환자 중 폐쇄각 녹내장은 15~20%로 알려졌는데, 그중 급성 발작 형태는 2~5%로 흔하지는 않다. 그러나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눈이 작고 전방이 얕은 경우가 많아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급성폐쇄각녹내장 치료의 골든타임은 48시간 이내, 늦어도 72시간 이내다. 그러나 안압이 높은 상태가 단 몇 시간만 이어져도 시신경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특히 안압이 높을수록 압력 때문에 안약 등 약물 효과가 현저히 떨어져 초기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이 상태로 치료가 늦어지면 동공 근육 마비로 인한 눈부심(동공 마비), 홍채가 주변 조직과 들러붙는 '동공(홍채) 유착' 등 영구적인 눈 구조 변형과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오래 방치할수록 만성 녹내장으로 진행해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신속한 처치가 중요하다.

이 병의 고위험군은 60~70대 고령층, 여성, 원시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다. 한쪽 눈에 급성폐쇄각녹내장이 발생한 경우 반대쪽 눈도 구조적으로 비슷해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양안을 함께 진료해야 한다.

녹내장을 진단하는 검사법.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진단은 안압 측정으로 고안압을 확인하고, 세극등현미경 검사로 좁은 전방, 각막 부종, 동공 산대 등을 관찰한다. 이후 전방각경 검사나 전안부 안구광학단층촬영을 통해 방수 배출구 폐쇄 여부를 확인해 진단한다.

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안압을 빠르게 낮추는 것이다. 안약과 경구약, 고삼투압 주사제 등을 사용해 안압을 낮춘 뒤, 각막 부종이 호전되면 홍채에 작은 길을 만들어 방수가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시행한다. 약물, 레이저 치료에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백내장 등으로 수정체가 두꺼워져 전방각 폐쇄가 심한 경우에는 백내장 수술, 즉 수정체 제거술이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폐쇄각 상태가 지속돼 만성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녹내장 수술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반대쪽 눈 역시 발병 위험이 높다면 예방적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시행해 급성 발작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급성폐쇄각녹내장은 무서운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예방하고 완치할 수 있다. 두통과 구토 때문에 안과 질환임을 모르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원인 모를 심한 두통, 눈 통증, 시야 흐림, 불빛 주변 무지개 잔상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는 급성폐쇄각녹내장 등 안과 응급질환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24시간 신속 가동 안과 응급 시스템'을 운영한다. 내원 즉시 약물 치료부터 레이저 치료, 응급 수술까지 원스톱으로 연계하며, 두통·구토 등으로 타 진료과를 먼저 찾은 경우에도 안과 질환 가능성을 빠르게 감별할 수 있도록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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