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I로는 못 잡아…내장지방 많은 아시아인, 새 비만 기준 필요"

홍효진 기자
2026.07.28 09:22

아·태 성인 5명 중 2명 과체중·비만
아시아인, 정상 체중에도 복부·간·췌장에 지방↑
합병증 위험 높아도…BMI로는 놓치기 쉬워
체지방량·위치 등으로 구분하는 새 진단법 제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BMI(체질량 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에 의존한 비만 진단 방식이 아시아인의 특성과는 맞지 않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장지방이 많은 아시아인은 정상 체중인 경우에도 복부 등에 지방이 쌓여 합병증 위험이 높은데, BMI로는 이를 놓치기 쉽단 지적이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진은 아시아인 비만 진단 체계를 재정립하는 새 기준을 국제 학계에 제안하는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비만·당뇨병 분야 석학들이 공동 수행했고 임 교수는 제1저자이자 책임저자로 참여했다. 논문은 내분비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Nature Reviews Endocrinology)에 게재됐다.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약 8억명이 앓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성인 5명 중 2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에 해당할 만큼 흔하다. 비만 여부는 주로 BMI로 진단해왔으나, 이 수치만으로는 체지방이 얼마나 많고 어디에 쌓여있는지 알 수 없어 실제 건강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한계는 특히 아시아인에게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시아인은 BMI가 정상이어도 복부·간·췌장 등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쌓인 지방은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장기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과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고령화까지 진행되면서 근육량은 적고 지방은 많은 '근감소성 비만'까지 늘어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BMI가 정상 범위(18.5~22.9)인 한국 성인의 32%가 대사질환 위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아시아인 비만의 특징.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이에 임 교수 연구진은 아시아인에게 맞는 새 비만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란셋 위원회가 발표한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바탕으로 아시아인 양상을 반영해 구체화했다.

새 기준은 비만을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실제 합병증이 나타나는지에 따라 진단한다. 체지방은 많지만 별다른 합병증 없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를 '비만 전 단계', 체지방 과다로 중요 장기의 기능 이상 등 합병증이 실제로 발생한 상태를 '임상적 비만병'으로 나눴다.

임상적 비만병 진단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체지방이 과다한지 확인한 뒤, 장기 기능의 이상 여부를 평가해 최종적으로 임상적 비만병을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허리둘레 △체질량 지수 △혈당·혈압 △콜레스테롤 △신장 기능 등을 함께 평가한다. 정밀한 체성분 측정을 위해 이중에너지 엑스(X)선 흡수계측법(DXA)이나 전기저항을 이용한 임피던스 기기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임상적 비만병' 진단의 3단계 접근.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은 진단 단계에 따라 치료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비만 전 단계에선 아직 합병증이 없는 만큼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임상적 비만병 단계라면 합병증이 진행됐기 때문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나 비만 대사 수술 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치료는 체중을 줄이고 합병증까지 함께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임 교수는 "아시아인은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내장지방과 간·췌장 지방이 축적돼 당뇨병과 지방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비만 진료의 중심을 체중계 숫자에서 체지방의 양과 위치, 장기 기능, 환자의 실제 건강 문제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제안한 기준은 더 많은 사람에게 비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위한 게 아닌,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BMI만으로 비만을 정의하는 기존 방법의 과소 진단과 과잉 진단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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