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간암 환자의 75%는 'B형·C형 간염'을 거친다. B형·C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항바이러스 치료를 놓치면 간암으로 이행할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그간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치료를 놓치기 쉬웠다. 이에 정부와 의학계가 우리 국민의 간염 관리 누수를 막기 위해 '땜질'에 나서면서 간암 발생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주목된다.
28일 질병관리청과 대한간학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세계 간염의 날'(7월28일) 기념행사에서 이형민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지난해 56세를 대상으로 C형 간염 검사가 국가검진 항목에 도입된 이후 C형 간염 신고 건수가 도입 전보다 2배 넘게 늘었다"며 "숨은 환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C형감염은 아직 백신이 없어 예방법이 따로 없다. 대신 혈액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일찍만 발견하면 98~99%는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정부는 C형 간염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56세의 국가검진 검사항목에 'HCV 힝체검사'(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채혈 검사)를 포함했는데, 성과는 합격점이다. 56세의 C형 간염 신고건수가 국가검진 도입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해서다.
이 과장은 "56세 기준으로 증가분 대부분이 국가검진에서 발견됐다"며 "국가검진으로 숨은 C형 간염 환자를 찾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C형 간염과 함께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B형 간염도 진료의 '회색지대'가 지워질 전망이다. '만성 B형 간염 진료지침'이 올해 개정되면서다.
이날 이혜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존엔 간 수치가 높은 환자가 B형 간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이번에 개정된 진료지침에선 '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환자를 분류해, 환자를 더 일찍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성 B형 간염을 방치하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이 되거나, 간암으로 직행할 수 있다. 기존엔 간수치와 바이러스 수치가 모두 높은 경우 치료 대상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사람은 '회색지대'에 놓여, 간수치가 높아질 때까지 치료를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이런 사람의 37%에서 '유의미한 간조직 손상'이 진행된다는 것. 게다가 바이러스 수치가 무작정 높을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비례해서 높아지지는 않는다. 혈액 1㎖당 B형 간염 바이러스 개수를 기준으로 고바이러스 혈증(8억 개 초과)와 저바이러스 혈증(2000개 미만)의 중간 단계인 '중등도 바이러스 혈증'(2000~8억개)일 때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다.
이 교수는 "과거엔 '안전하다'고 믿고 방치했던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구간에서 실제 간암 발생 위험이 고바이러스 혈증보다 6.1배 높게 나타났다"며 "이번 새 진료지침에선 '중등도 바이러스 혈증 환자는 간수치(ALT)와 무관하게 즉각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간염의 날은 바이러스 간염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각국의 간염 퇴치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2010년 제63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제정된 국제 기념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루크 블럼버그 박사의 생일(7월28일)이 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바이러스 간염 중 B형과 C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2억8000만명이 감염됐고, 매년 180만명이 새롭게 감염되고, 130만명 넘게 사망한다. 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2위이며,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서는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