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먹고 꾸벅꾸벅…"폭염 지나면 당뇨병 급증할 수도" 의사들 경고

정심교 기자
2026.07.30 17:21

[정심교의 내몸읽기]

폭염에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물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가 유발된다. 탈수는 혈액을 농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려 혈당을 높인다.

견디기 힘든 폭염·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무더위가 당뇨병을 새롭게 유발하거나, 기존 당뇨병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특히 국내 1400만명이 당뇨병 전단계인데, 자칫 이번 여름이 지나면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온다.

30일 이혜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당뇨병 환자는 물론, 당뇨병 전단계에 놓인 사람도 폭염 속 혈당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혈당이 오르기 쉬운 데다, 탈수로 인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시원한 과일·음료를 자주 찾으면서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은 여러 기전으로 혈당 조절 능력을 방해한다. 폭염에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물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가 유발된다. 탈수는 혈액을 농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려 혈당을 높인다. 또 몸속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빙수,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과일주스 같은 단맛 식품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을 수 있다. 이런 식품엔 당(糖) 사슬이 짧은 '단순 당'이 가득 들어있는데, 당이 여러 개 연결된 '복합 당'보다 몸속에서 더 빨리 흡수돼 혈당을 빠르게 올려서다.

또 탈수 자체가 콩팥 기능이 떨어뜨리고, 이 자체가 혈당 조절 기능을 불안정하게 해 혈당이 치솟을 수 있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달수록 당분이 체내 빠르게 흡수된다는 의미"라며 "오래 씹어야 단맛이 나는 보리밥 같은 복합 당은 당이 피에 흡수되기까지 30분~1시간이 걸리는데, 음료 같은 단순 당 식품은 먹자마자 혈당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혈당을 빠르게 올리면 몸에선 혈당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대거 투입한다. 이후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면 배고픔과 피곤함을 느껴 뭔가를 또 먹게 한다. 이처럼 혈당이 갑자기 치솟다가 뚝 떨어지는 상태를 '혈당스파이크'라고 한다. 이유정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처럼 더운 날, 식사 직후에 디저트로 팥빙수나 케이크처럼 단맛이 강한 식품을 먹는다면 식사 때 이미 혈당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당을 쏟아붓는 격이므로 혈당스파이크가 생길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말했다.

현재 혈당에 문제없는 사람도 덥다고 빙수·음료를 즐기다 보면 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뇨병-비만-고지혈증-고혈압은 순서와 관계없이 '동종 질환'으로 찾아올 수 있어서다.

단맛 식품에 든 포도당은 혈액 속에 녹아드는데,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포도당을 데리고 몸의 각 세포로 들어간다. 이후 각 세포에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너무 많아 재고 처리된 포도당은 혈액을 떠돌며 혈당 수치를 높인다.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인슐린이 처리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당분이 너무 많이 들어와 인슐린이 모자라게 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 혈당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 즉,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유병자는 600만명에 가까우며, 당뇨병 전단계(1400만명)까지 포함 땐 약 2000만명이 혈당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공복혈당이 '정상'이어도 30%가 '숨은 당뇨병'으로 추정돼, 혈당 관리에 신경 써야 할 인구는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을 50g 이하로 권장하며,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25g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한다. 여름철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 등 수분이 많은 과일을 많이 찾는다. 과일은 비타민·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품이지만, 당류 함량이 높아 당뇨병 환자는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단 하루 한두 번, 적정량을 나눠 먹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1회 권장섭취량은 참외는 반 개, 키위는 1개 정도다.

이혜진 교수는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혈당 변동성'이 커지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 기능이 저하돼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여름철에는 단 음료 등 급격히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는 음식은 피하고, 현미·통곡물 등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해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사 후 졸림이 반복되거나 팥빙수 같은 단맛 식품을 먹고 나서 더 목마르거나 졸음이 심하다면 혈당 이상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몸에선 남는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내려 해, 소변량이 늘고 갈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세포가 혈액 속 포도당을 제대로 에너지로 활용하지 못하면 식사해도 피곤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식후 졸림이 반복될 때는 졸림 하나만 보지 말고 식사 패턴, 동반 증상, 혈당 수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해진 교수는 "날씨가 더워지면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탈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기 전에 충분한 물을 마시고, 규칙적인 식사와 혈당 측정을 통해 혈당 변화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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