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로 온몸 노랗다 못해 형광빛…진단명 알아도 약을 못 써요"

홍효진 기자
2026.08.05 16:19

'10만명중 1명꼴' 극희귀질환 'PFIC'
17년전부터 증상있던 남편…올초 진단
치료제 급여되는데…"유전자 확진 없어 제한"
"일부 환자들 사각지대…접근성 공백 여전"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이란.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밤새 긁어서 잠도 못 자요. 몸은 노랗다 못해 형광빛이 돌고…."

극희귀질환인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피픽)을 앓는 남편을 둔 아내 A씨(50대)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09년부터 극심한 가려움증과 황달 등 증상을 겪은 남편 B씨는 올 초에야 정확한 진단명을 알게 됐다. 앞서 처음 찾은 대학병원에선 독성 간염 진단을 내렸지만, 치료 후에도 매년 또는 해를 걸러 증상이 반복됐다. 특정 약제 복용 등 간 기능 손상의 원인이 될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독성 간염은 재발하지 않는데 이와는 다른 질환이었던 것이다.

A씨는 "남편은 온몸을 칼로 긁어 피가 날 정도로 극심한 가려움증을 겪어 밤에 잠도 잘 못 잔다"며 "몸 전체가 황달로 형광빛이 돌 정도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을 게워내 뭘 먹지도 못한다.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몇주 안에 10㎏씩 체중이 빠진다"고 전했다.

PFIC은 유전자 변이로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잘 배출되지 못하고 간 안에 쌓이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세계적으로도 5만~10만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할 만큼 사례가 드문데다, 초기엔 가려움 외엔 특징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의료진에게도 진단이 쉽지 않다. 진행될수록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황달, 성장 지연, 간 손상 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PFIC을 확진받은 이들은 30명 정도로 추산된다.

주로 영아기나 어린 시기 처음 발견되지만 정확한 진단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첫 병원을 4년간 다니다 병원을 옮긴 B씨는 10년 넘게 정확한 진단명을 앓지 못하다, 올 초가 돼서야 세브란스병원에서 PFIC이란 진단명을 듣게 됐다. 증상이 나타난 지 17년 만이었다. 4년 전부터 B씨의 형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PFIC 진단을 받았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빌딩에서 열린 'PFIC 인사이트' 북토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문제는 지원 기준이다. 임상적으로는 PFIC 증상이 명확하지만 기존에 PFIC의 원인이 되는 13개 유전자 변이 유형이 확인되지 않아, 산정 특례 등록과 치료제 지원 길이 막힌 것이다. 세계 첫 PFIC 경구용 치료제 '오데빅시바트'(제품명 빌베이)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에 등재됐으나 B씨 형제는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치료제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의 PFIC을 진단한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진단은 임상적으로 할 수 있지만 희귀질환 산정 특례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변이가 (검사에서)확인돼야 해, 일부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며 "밝혀지지 않은 변이를 두 사람(형제)이 공유하고 있어 PFIC이 공통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 변이를 찾기 위해 담당 의료진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의료진, 환우회가 모인 'PFIC 인사이트' 북토크 행사에서도 이 같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B씨의 형을 진료 중인 허문행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는 피가 날 때까지 긁을 정도로 가려움증이 심하고 수개월마다 반복적으로 황달을 겪고 있다"며 "발현 양상을 보면 PFIC이 거의 확실하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절차적 문제로 약을 못 쓰게 하는 상황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PFIC 치료제는 한 달 약값만 4000만원으로, 급여화 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전자 검사 문제로 확진이 안 된 환자들은 국가적 지원과 치료제 접근의 공백이 여전하다. 밝혀지지 않은 환자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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