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임신부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모체면역'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10일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에서 '임신부 예방접종의 현재와 중요성: 모체면역과 출생 전 보호의 이해'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모체면역은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통해 생성한 질환 특이적 항체를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전달함으로써 생후 초기 영아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전략이다. 신생아는 자체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감염병에 취약한 만큼 모체로부터 전달받은 항체가 초기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날 권자영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모체 예방접종에 대해 "엄마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첫 선물"이라며 "엄마도 보호하고, 엄마를 통해 태아와 태어난 신생아까지 보호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예방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신부 예방접종은 이미 인플루엔자와 백일해,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예방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영아의 중증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CDC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임신 32~36주인 임신부에게 RSV 유행 시기를 고려해 9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RSV는 영유아에게 세기관지염과 폐렴 등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호흡기 바이러스다. 특히 생후 초기 영아는 기도가 좁고 면역체계가 미성숙해 감염 시 입원이나 중환자실 치료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국내 건강보험 청구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5세 미만 소아에서 연간 최대 1만8434명의 RSV 환자가 발생했고, 전체 환자의 44.7%가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6~11개월 영아는 전체 RSV 입원 환자의 48.2%,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57.3%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5월 각국이 모체 RSV 백신이나 영아용 장기지속형 예방항체 가운데 하나를 국가 예방체계에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두 방식 모두 생후 초기 영아를 보호하지만 항체를 전달하는 시점과 투여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영아 RSV 예방 시장에는 사노피의 장기지속형 예방항체 '베이포투스'가 먼저 진입했다. 출생 후 영아에게 완성된 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MSD의 장기지속형 예방항체 '엔플론시아'도 올해 6월 국내 허가를 받아 오는 3분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화이자는 임신부 RSV 백신 아브리스보를 앞세워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아브리스보는 임신부의 면역반응으로 생성된 항체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해 출생 직후부터 영아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백신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지원 대상 편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항체주사가 NIP 대상에 편입된 선례가 없어 백신으로서의 지위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항체주사도 NIP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규제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NIP 지원 대상의 기준은 '예방접종'에 활용되는 것으로, 반드시 백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RSV 예방 시장 개화와 함께 항체주사 개념이 부상한 만큼 예방이라는 공중보건 목적에 부합한다면 항체주사까지 범위를 넓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