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가 파트너사와 공동개발하던 B7-H4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LNCB74'를 홀로 개발하게 됐다. 더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리가켐바이오로 주도권이 넘어 온 만큼 임상 가속화에 방점이 찍혔다. LNCB74와 동일한 계열의 페이로드(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물질)를 적용한 화이자의 ADC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개발이 중단된 만큼 내년에 확인될 것으로 전망되는 임상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리가켐바이오는 미국 넥스트큐어와 개발비를 절반씩 분담해 개발해온 B7-H4 표적 ADC 'LNCB74'의 단독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지배구조 변경 등으로 넥스트큐어의 사업 방향이 자가면역질환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항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유인이 사라진 데 따라 양사가 협의한 결과다.
B7-H4 표적 ADC는 아스트라제네카(AZ),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후기 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인 영역이다. B7-H4는 정상 조직에선 거의 발현하지 않는 데다 다수 암종에서 PD-L1과 상호 배타적으로 발현돼 '키트루다'와 같은 PD-(L)1 억제제에 불응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화이자는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4149억원)의 손상 차손을 인식하며 임상 1상 단계의 B7-H4 표적 ADC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중단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화이자가 시젠을 인수하며 확보한 '펠메타투그 베도틴'(B7H4V)으로, LNCB74에 적용된 페이로드와 동일한 계열의 MMAE(미세소관 억제제) 페이로드가 사용됐다.
토포1 계열의 페이로드를 사용한 B7-H4 표적 ADC 파이프라인들은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가운데 MMAE 페이로드가 사용된 LNCB74의 임상 1상 결과는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가 개발 중단 배경으로 표준 요법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낮았다고 밝힌 만큼 안전성뿐 아니라 효능 측면에서의 잠재력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NCB74는 현재 경쟁 약물 대비 높은 용량에서 용량 증량을 진행하고 있다. ADC는 페이로드의 독성 문제로 인해 용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어느 수준까지 용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와 그에 따른 효능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LNCB74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 될 전망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임상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LNCB74의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경쟁 약물들이 대부분 토포1 계열 페이로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링커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LNCB74는 훨씬 더 안정적인 링커를 쓰기 때문에 약효가 더 강한 MMAE 계열 페이로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이 쓰지 않는 페이로드를 사용해 향후 토포1에 기인한 내성까지 타깃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NCB74의 임상 1상 결과는 내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개발 권리에 변동이 생기면서 지난 5월 넥스트큐어가 올 하반기로 예고한 LNCB74 임상 1상의 용량 증량 시험 업데이트는 무산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온전한 개발 권리를 갖게 된 만큼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의 환자 모집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하반기에 바로 업데이트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임상을 가져와서 등록 환자 수를 빠르게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늘어난 환자를 갖고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임상 1상을 많이 진행해놓은 터라 부담해야 할 비용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전체 임상 규모는 원래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