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극복 열쇠, 함께 찾자" 의사 아이디어 구현할 '만남의 장' 열린다

정심교 기자
2026.08.13 17:00

한림대의료원, 9월10일 의료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미트 2026' 개최

유경호 한림대 의대 학장은 13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의료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려면 기술을 다 만든 후가 아니라, 시작단계부터 함께 대화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실력 있는 의사 상당수는 진료 현장에서 '이렇게 하면 더 많은 환자가 질병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의사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할 시스템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이 좋아야 사업 파트너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의사들 사이에서 떠돌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서 의사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첫 '만남의 장'이 다음 달 열려 주목된다.

13일 한림대의료원은 서울 영등포구 학교법인일송학원(한림대 학교법인)에서 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오는 9월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인 미트(MEeT)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미트(MEeT)'란 △의료(Medical)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기술(Technology) 영문자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임상 의사가 낸 가상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의료 기술로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유경호 한림대 의대 학장(전 한림대성심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은 "예전엔 학생들과 진로를 이야기할 때 어느 진료과를 선택할지, 어떤 수련을 받을지가 대화의 중심이었다"면서 "그러나 요즘 의대생들의 고민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의료기기나 진단기술, 디지털 서비스로 구현하려면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데이터와 기술을 환자에게 실제 도움 되는 형태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의대생이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창업 관심을 넘어, 의료진의 임상적 통찰과 사명감이 기술·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미트 2026'의 기획 배경과 행사 소개가 이어졌다. 오는 9월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미트 2026'은 학교법인일송학원·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이즈피엠피가 주최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한다. /사진=정심교 기자

정부 정책도 변하고 있다. 올해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이 1200억원을 넘었고, 보건복지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12.6% 증가한 1조652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런 흐름은 이미 '인력 양성'을 넘어 '기술 사업화로의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 MEeT 2026은 이렇게 쌓인 역량과 정책 지원이 실제 시장으로 연결되는 사업화 과정에 집중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의사가 창업한 기업은 263개로, 그중 81.4%가 2016년 이후 설립됐다. 이는 의사가 주도하는 의료 기술의 사업화가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의사가 자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파트너를 섭외하기까지 평균 6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70%는 임상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술 개발 단계에서 실패한다는 것.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시범 단계 실패율은 80%에 달한다.

여기에 인허가 기간 '평균 4.2개월', 병원 파트너 섭외 기간 '평균 6개월' 등 높은 장벽까지 더해져, 뛰어난 임상 아이디어를 가진 의료진도 네트워크의 한계로 사업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의사가 속한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중소병원) 연구·사업화를 위한 자원과 정보,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외부 기업과의 접점 기회는 제한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만약 창업하더라도 이해 상충 문제로 소속 병원에서 기술 적용이 제한되거나 외부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해왔다.

이에 '미트 2026'에선 의사 소속과 관련 없이 의료 기술을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둔다. 의료진, 기술기업, 투자자, 지원기관, 인허가·법률·세무 전문가, 병원 관계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 의료 기술이 실제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논의한다.

이번 '미트 2026' 행사를 기획한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학교법인일송학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국내 우수한 의료진을 주축으로 연구자와 기술파트너, 정부, 투자기관 등 다양한 산업 주체들이 한 데 모이는 플랫폼을 구상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 행사를 기획한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원장(행사 기획 전문가)은 "의사 창업이 활발한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의사가 아무리 좋은 연구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사업모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접하고, 지난해부터 '의료혁신 주체끼리 연결할 만남의 장' 성격의 컨퍼런스를 기획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AI·디지털헬스·바이오기술이 의료와 빠르게 융합하는 지금,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며 "미트 2026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첫 번째 행사"라고 의의를 소개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연자는 미 스탠퍼드 의대 교수이자 'SPARK 프로그램' 공동 디렉터인 케빈 그라임스(Kevin Grimes)다. SPARK는 스탠퍼드 의대의 대표적인 중개연구 프로그램으로, 유망한 의료·바이오 연구를 실제 신약·진단기술·의료기기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업화 지원 플랫폼이다.

'미트 2026'은 여느 학술대회처럼 연구 발표와 제품 전시 중심의 한 방향 소통을 지양한다. 행사장에선 의료진, 연구자, 기술기업, 투자자, 정부·지원기관, 병원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의료 기술이 실제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논의한다. 또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1~2개월에 한 번씩 별도의 라운드테이블을 지원하겠다는 게 한림대의료원 측의 설명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