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 지원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안에 해당 사안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 증가, 지역·필수·공공의료 투자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탓에 정부 지원율을 법정 비율인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 대비 20%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건강보험 지원 예산안은 13조8000억원이다.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 대비 14.4% 수준이다. 일반회계에서 전년 대비 1조원 증가한 11조8000억원, 담배부담금 예상 수입의 65%인 건강증진기금 2조원이 책정됐다.
국고 지원금만 보면 전년 12조7171억원 대비 1조1000억원가량 증가했고,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대비 비율도 전년 14.2%보다 0.2%포인트(P) 높아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14.5%보다 낮고, 법에서 정한 지원 비율 20%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당해연도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의 14%는 국고(일반회계)에서, 6%는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각각 건강보험 재원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일반회계와 기금 비율을 합치면 이 비율은 20%다. 다만 기금 지원은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다.
그간 정부는 20%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 대비 정부 지원금액 비율은 16.1%였는데 2017년엔 13.6%로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이 비율이 13~14%대에 머물렀고 윤석열 정부 때도 13~14%대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선 공약을 통해 국고 지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겠다고 했고, 지난 7월 간담회에서도 국고 지원 의무를 제대로 지키도록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안마저 14%대에 머물렀다. 시민단체가 일제히 비판에 나선 배경이다.
이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이재명 정부는 약속대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책임을 다 하라"며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역대급으로 세수가 증가한 가운데, 정부가 국고 지원을 제대로 안 하면 노동자‧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메우는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도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배신했다"며 "당장 20% 지원 약속을 이행하라. 미래대응기금을 이용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건강보험 당기수지 적자가 올 연말 2조8374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국고 지원 20%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기금이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현재 가능한 국고 지원 비율은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의 16% 정도"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면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료율은 오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