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영석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국인의 평균 키는 남성이 171.56㎝, 여성이 158.37㎝다(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녀 키가 이보다 한 뼘이라도 더 컸으면 하는 게 많은 부모의 바람이다. 이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이 아닌데도 치료를 고민하는 경우가 적잖다. 반대로 정작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인데도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영석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총무)에게서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시기·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아이가 또래보다 작다'는 사실만으로 시작할 수 없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따라잡기 성장을 하지 못한 부당경량아(SGA),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 누난증후군 등 저신장을 유발하는 원인질환이 있는 환자, 또는 이런 원인질환이 없는데도 키가 2% 이내(100명 중 키 작은 순으로 1~2위)인 특발성 저신장증 등 명확한 의학적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아가 우선 대상이다. 아이의 성장 속도(연간 성장률), 성장곡선상의 위치, 골 연령, 부모 키(예상 성인 키)와의 격차, 필요시 성장호르몬 자극검사 등 내분비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성장호르몬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이 아닌 데도 단순히 키 성장을 위해 내원하는 부모 자녀가 상당하다. 물론 누구나 키 성장에 대한 고민으로 내원해 상담받는 건 가능하다. 다만 의료진은 성장호르몬 치료 필요성과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 경제적·시간적 부담 등을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들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호르몬 치료 시 부작용으로 두개 내 고혈압, 부종 등이 3% 미만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성장호르몬 치료제 사용 범위는 '질병으로 인한 저신장'과 '특발성 저신장증'이다. 정상인이 오남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 특히 사춘기 급성장이 시작되기 이전에 시작할수록 최종 성인 키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치료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골연령상 여유가 있을수록 치료 반응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보다 만 2~4세 때 성장 상태를 확인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만 1세에 불과한데도 키가 또래보다 매우 작은 경우 부모가 병원에 데려온다. 대부분은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아이 키가 작은 편이니 검사받아보라'는 권유를 듣고 내원하는 경우다. 저신장의 원인, 예컨대 빈혈이나 갑상샘기능저하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키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가 아닌, 원인을 치료해야 다시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 회복할 수 있다."
"성장 관련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서 필요한 치료를 적기에 시작해야 자기가 갖고 태어난 키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하면 금방 크겠지'라는 생각으로 키 성장을 계속 기다리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단, 만 2세까지는 호르몬 요인보다는 영양 공급 상태가 키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키가 좀 작아도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 태아기 땐 태반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출생 직후엔 모유·분유 등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면서 성장하다가 만 2세가 넘어가면 호르몬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두드러진다. 보통 만 4살 이후로는 성장곡선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만 2~4세가 성장 상태를 확인할 중요한 시기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저신장의 가장 큰 비중(60~80%)을 차지하는 특발성 저신장의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가 성장 속도를 증가시키고, 최종 성인 키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국내에선 2009년 특발성 저신장증에 대한 성장호르몬 치료가 승인됐다. 특발성 저신장 환아의 성장호르몬 치료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저신장 정도가 심할수록, 치료 기간이 길수록 치료 효과가 크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세계 52개국의 저신장증 환자 8만3000명을 대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제 지노트로핀(화이자제약)으로 평균 2.7년간(관찰 기간 3.1년) 치료받은 환자들을 추적 관찰했더니 전체 저신장증 환자의 68.7%, 특발성 저신장증 환자의 78.2%가 부모의 평균 키 표준편차에 도달하면서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에 따르면 특발성 저신장증 환자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 키는 남자 160~165㎝, 여자 150~155㎝로 예상되지만, 치료받을 경우 평균 5㎝의 추가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