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를 시간 없어" 의정사태 때도 심장 지킨 '동탄의 기적'[르포]

정심교 기자
2026.09.05 16:13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지난 3일 오전, 한림대통탄성심병원 심혈관센터 심혈관조영실에서 긴급 이송된 심근경색의 막힌 혈관을 뚫어주고 있다. 수술실 바깥에 설치된 화면에서 환자의 심혈관 개통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심근경색과 심정지는 병원을 고를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지난 3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재혁 교수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날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에 위치한 이 병원 대강당에선 한성우 병원장(순환기내과)이 기자들에게 센터의 역할을 직접 소개하려 했지만, 심근경색 환자가 긴급히 실려 오면서 그를 대신해 최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1분 1초가 생명을 가르는 심근경색 환자의 24시간 진료 대기 체계가 작동한 순간이었다.

심근경색은 응급실 도착 후 9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게 국내외 진료지침의 기준으로 제시된다. 급성 A형 대동맥박리는 수술이 늦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시간당 약 1%씩 높아진다. 급성 심부전 악화나 치명적 부정맥 역시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예후를 가른다.

따라서 중증 심혈관질환에서는 가까운 지역에서 신속하게 진단하고 응급치료를 시행한 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난도 중재시술이나 수술, 중환자 치료, 기계적 순환보조, 심장이식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료체계가 중요하다. 이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지역 완결형 심혈관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경기남부 지역 심혈관질환 환자의 응급치료부터 고난도 치료, 장기적인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한성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병원장(순환기내과)이 심혈관 조영실 내부에서 기자들에게 "외부 오염물질 혼입을 막고 의료기기의 발열 후 고장을 막기 위해 영상 18도로 서늘하게 맞춘 온도에서 실시간 혈관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막힌 혈관을 뚫는다"고 설명했다./사진=정심교 기자

이곳 심장혈관센터는 지난해 한 해 관상동맥중재술(PCI)을 700건 시행했다. 관상동맥중재술은 협심증·심근경색 환자의 막히거나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를 넓혀주는 시술이다. 센터는 좌주간부 병변, 심한 석회화 병변, 만성 완전폐색병변(CTO) 등 치료 난도가 높은 관상동맥질환에 대해서도 환자의 임상 상태와 해부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특히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이나 복잡한 다혈관질환은 관상동맥중재술(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수술) 모두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환자의 연령과 동반질환, 심장 기능, 병변의 위치와 복잡도, 수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가 함께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한다.

한성우 병원장이 체외막산소공급장치인 '에크모(ECMO)'를 보여주고 있다. 에크모는 심장·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인공적으로 심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첨단 의료 장비다. /사진=정심교 기자

국내에선 고령 환자가 크게 늘면서 관상동맥 벽이 단단하게 석회화한 복잡 병변도 늘었다. 석회화가 심하면 일반적인 풍선확장만으로 충분한 혈관 확장이 어렵고 스텐트가 제대로 펴지지 않을 수 있어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곳 센터는 회전죽종절제술을 활용해 심한 석회화 병변을 치료한다. 회전죽종절제술은 빠르게 회전하는 다이아몬드 코팅 천공기를 이용해 단단한 석회화 조직을 미세하게 절삭해 이후 풍선 확장과 스텐트 삽입을 돕는 치료법이다.

혈관이 장기간 완전히 막힌 만성 완전폐색병변(CTO)도 이 센터에서 치료한다. CTO 중재시술은 일반적인 PCI보다 높은 수준의 경험과 술기가 필요한 만큼, 센터는 혈관내초음파(IVUS) 등 영상장비를 활용해 병변의 구조와 스텐트 삽입 결과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에서 열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곳 순환기내과 최재혁 교수가 환자의 혈관 개통 전후 모습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당초 이날 발표는 한성우 병원장이 할 참이었지만, 심근경색 환자가 실려오면서 연자가 급하게 바뀌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 병원은 중증 판막질환과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타비)', 좌심실보조장치(LVAD·엘바드), 심장이식 치료를 시행힌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중증으로 진행된 뒤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절반이 2년 이내에 사망하고 5년 생존율이 20% 안팎에 그칠 정도로 예후가 나쁜 병이다. 이 경우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SAVR)'과 'TAVI' 가운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하트팀(Heart Team)에서 결정한다.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로, 고령이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는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환자군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TAVI는 심장수술이 가능한 시설과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등 장비, 일정 경력 이상의 순환기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연간 대동맥판막치환술과 관상동맥중재술 실적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

이 병원은 2023년 TAVI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50례 이상을 시행하며 치료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기존 혈관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 인조혈관을 통한 접근법으로 TAVI 시술에 성공하는 등 환자의 해부학적 조건에 맞춘 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또 약물치료와 기기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려운 중증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LVAD와 심장 이식까지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2017년 경기남부 최초로 심장 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2018년에는 경기도 최초로 좌심실보조장치(LVAD·엘바드) 수술에 성공했다./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 센터는 2017년 경기남부 최초로 심장 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2018년에는 경기도 최초로 LVAD 수술에 성공했다. 이곳원 순환기내과 박명수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시작한 치료가 중환자 치료와 기계적 순환보조를 거쳐 필요시 LVAD 또는 심장 이식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향후엔 관상동맥 내 석회화 병변을 충격파로 조절하는 혈관 내 쇄석술(IVL) 등 새로운 치료기술도 도입해 고난도 관상동맥질환의 치료 선택지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이후 의료공백으로 여러 의료기관이 응급진료 범위를 축소하거나 외부 중증환자 수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간에도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지속하며 심근경색과 심정지 등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했다. 응급의학과와 순환기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중환자진료 인력이 연계해 중증 심혈관질환 환자를 수용하고,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응급실 도착 후 신속한 진단과 관상동맥중재술이 이어지도록 24시간 '온콜' 체계를 유지했다.

이는 특정 시기의 대응에 그치지 않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심혈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 평가 후 순환기내과와 즉시 연계하고, 필요한 경우 심혈관조영실, 중환자실, 수술실로 치료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날 수술복 차림으로 만난 한 병원장은 "심근경색과 심정지 같은 중증 심혈관질환은 환자에게 어느 병원으로 갈지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며 "지역 안에서 신속한 응급치료가 가능하고,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중재시술과 수술, 중환자 치료, 기계적 순환보조와 심장이식까지 끊김 없이 이어져, 경기남부 주민들이 안심하고 심혈관질환 진료를 받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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