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43억 중 259억 줬는데…"검증 안돼" 국립암센터 전산망 '삐걱'

박미주 기자
2026.10.19 10:18

11월 개통 목표인 EMR, 결함 39건 아직 '검토 단계'
국가암관리 시스템 진척률 77.8% 불과…구축사 인력 180명 이탈, 개통 일정도 못 잡아
허종식 의원 "검증 끝날 때까지 EMR 무리한 개통 멈추고, 국립암센터·복지부 책임져야"

국가암검진 연속 미수검 후 암 진단자 현황/그래픽=김지영

국립암센터가 353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계약금의 75%가량이 이미 지급됐지만, 당장 오는 11월 개통을 앞둔 병원정보시스템은 데이터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국가암검진·암등록 등 국가 암관리 업무를 맡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시스템은 개발이 지체되면서 개통 일정도 못 잡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국립암센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총 계약금액 343억8900만원 가운데 259억1600만원(75.4%)이 이미 지급됐다. 이 중 기성금이 162억9600만원, 선금이 96억2000만원이다.

해당 사업은 부속병원·연구소·국가암관리사업본부의 통합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병원정보시스템 △인프라·보안 △연구정보시스템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시스템 4개 분야로 나뉘어 4개 업체 컨소시엄이 수행하고 있다. 사업비는 국비 138억원과 자체예산 215억원 등 353억원이며, 계약기간은 40개월로 내년 4월28일 종료 예정이다.

11월 개통 병원정보시스템, 결함 39건 '검토 단계'…데이터 검증 78.5%·인터페이스 73% 그쳐

그러나 개발이 지체되면서 사업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달 개통을 목표로 하는 병원정보시스템(EMR 등)은 통합테스트 결함 855건 가운데 39건이 아직 '검토 단계'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14건은 간호(11건)와 처방·진료(3건) 등 환자 진료와 직결된 분야이며, 나머지 25건은 관리자 기능이다.

기존 시스템의 자료가 새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이관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증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기준 의료정보 분야는 기능 검증률이 96.3%였지만, 데이터 검증률은 78.5%에 그쳤다. 적정진료 분야는 기능 검증률 85.0%, 데이터 검증률 87.5%였다.

새 시스템과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검증률은 1차 73.3%, 2차 73.0%로 오히려 2차가 더 낮았다.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은 의사의 처방 입력을 바탕으로 검사 오더, 투약 지시, 약제 조제, 간호사의 투약 확인이 줄줄이 이어지는 구조다. 시스템 사이 연결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개통하면 처방 누락·중복이나 검사 결과 미연계 같은 진료 차질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개통 상황을 미리 점검하는 오픈 리허설은 '2회 예정(미흡 시 3회)' 단계였다. 국립암센터는 개통이 늦어질 경우 기존 병원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연간 약 27억원이 추가로 든다고 밝혔다.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맡은 업체의 인력 교체도 잦았다. A사에서는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81명이 빠져나갔고, 이 가운데 30명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됐다.

국립암센터 전경/사진=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 시스템, 계획 대비 22%포인트 미달…열 달째 개통 시점도 못 정해

또 다른 핵심 분야인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정보시스템의 진척률은 77.84%에 머물렀다. 계획 진척률(100%)보다 22.16%포인트 낮다. 세부 시스템 가운데 국가암지식정보센터는 진척률이 52.17%로 가장 낮았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12월 이후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개통 시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표 시스템 10종 가운데 단위테스트와 통합테스트를 모두 마친 것은 2종뿐이고, 3종은 아직 개발 중이다. 국립암센터 내부 감사팀은 지난 5월 연내 완료가 어려운 시스템을 5종으로 분류했다.

국립암센터는 지연 원인으로 구축사의 관리역량 부족과 잦은 인력 교체, 업무 완성도 미흡을 꼽았다. 실제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4개 구축사에서 빠져나간 인력은 180명에 이른다.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시스템을 맡은 B사에서는 2024년 28명, 2025년 22명 등 올해 6월까지 57명이 빠져나갔다. 국립암센터는 "초기 설계 및 기획에 참여했던 인력의 다수가 교체돼 업무 지연 등 수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허 의원은 "계약금의 75%가 집행되는 동안 구축사 인력 180명이 빠져나가고, 국가암관리 시스템은 열 달째 개통일조차 잡지 못하는 등 사업 전반이 삐걱대고 있다"며 "환자 안전과 직결된 EMR 관련 검증이 끝날 때까지 무리한 개통을 멈추고, 국비 138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는 관리·감독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국립암센터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 관계자는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현재 기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개통을 앞둔 병원정보시스템은 남은 기간 동안 데이터 및 인터페이스 검증과 통합테스트 결함 보완을 철저히 수행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이 지연된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정보시스템도 수행 컨소시엄과 긴밀히 협력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조속히 사업을 완료하겠다"며 "시스템의 안전성과 완성도가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전 과정을 직접 점검하며 책임 있게 사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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