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 가지 않고도 화면을 통해 의사에게 진료받는 '비대면진료' 시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초진 비대면환자의 약 처방일수 예외규정과 초진환자 기준을 두고 의사·약사·업계가 반발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비대면진료의 대상·처방·의약품 인도·시스템·중개매체 등에 관한 세부 사항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선 비대면진료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했다. 예컨대 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장기간 약을 처방받은 환자라도 해당 의원에서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질환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없다면 비대면진료로는 약을 최대 7일치만 처방받을 수 있다. 단, 해당 질환에 대한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료인이 기존 치료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30일 이내'로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30일 이내 처방'까지 문을 열어둔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엄격히 제한한다'는 원칙을 하위법령에서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초진 처방 제한도 복지부 스스로 허물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처방 후 30일 동안) 단 한 번도 환자의 경과를 확인하지 않고 한 달 치 약을 내주라는 건 '7일 원칙'을 무력화하고, 비대면 초진을 장기 처방과 향후 허용 확대의 통로로 만드는 일"이라며 "초진 30일 처방 조항은 삭제하고, 예외가 필요하다면 '14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부' 예외 처방을 최대 30일이 아닌, 14일로 줄여야 한단 얘기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회원들에게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30일 처방'을 하지 않도록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정부의 시범사업 분석에서도 초진 처방의 73%가 '7일 이하'였다"면서 "평생 1회라도 처음 본 환자에게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는 건 약물 부작용과 진단 지연의 위험을 30일 동안 방치하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약사들도 예외 처방일수를 최대 30일이 아닌, 14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는 19일 입장문에서 "(예외 처방시) 이력 확인 대상에 비대면진료 기록까지 포함한다면, 비대면 초진으로 7일을 처방받은 직후 다시 비대면진료로 30일을 추가로 처방받아 사실상 비대면 초진만으로 37일 처방이 가능해진다"며 "예외 처방일수는 30일이 아니라 14일 수준으로 좁혀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 횟수를 줄이는 수단'이 아닌, 대면진료와 대면진료 사이의 공백을 메꾸는 보완 장치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헌성 한국원격의료학회 부회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20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진행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처방일수를 제한하는 건 의미 없다. 의사들에게 자율권을 맡겨 비대면진료 시 처방일수를 의사가 알아서 결정하게 하되, 그에 따르는 책임도 의사가 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A의원에서 대면진료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은 똑같은 질환으로 비대면진료를 여러 번 받더라도 '초진 환자'로 분류돼 약을 최대 7일치만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원격의료산업계는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매일 똑같은 약을 먹는 환자가 30일치 약을 처방받기 위해 다섯 번이나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이용하지 말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다음 달 9일까지 국민과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11월9일까지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의약품 인도 관련 사항은 약무정책과) 또는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