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이징의 한국 기업 주재원들 사이에선 "도대체 중국 경기가 언제쯤 살아날 것이냐"가 단연 화제다. 중국 경기침체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다 보니 내로라하는 경력의 현지 법인장들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주재원 2명이 맡던 일을 1명이 맡거나 아예 후임이 없어지기도 한다.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주재원조차 "주재원 입지가 이렇게 위축될 정도로 중국 경기가 나빴던 적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데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경제성장률(GDP) 7%는 이상 없다"는 공언만 하니 한국 주재원들에게 중국 GDP는 더 이상 신뢰를 잃었다. 사실 중국 국가통계국이 경제 지표를 분위기에 따라 맞추는 이른바 '통계 맛사지'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재정 수입, 신용 대출, 수출입 통계까지 조작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퇴직 관리의 양심선언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세수 증가율이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방정부가 이를 플러스로 둔갑시킨 사례까지 있다.
이렇다보니 중앙정부 최고위층은 정작 경제 지표를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중국 경제의 총책임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그랬다. 그는 지난 2007년 랴오닝성 성장 재임 시절 미국 대사와 만나 자신은 GDP 수치를 신뢰하지 않고, 별도로 3가지 지표를 살펴 경제 동향을 체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물경제를 가늠하는 지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리 총리가 주목한 지표는 공업 전력사용량 증가율과 은행 중장기 대출잔액 증가율, 철도 화물운송량 증가율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리 총리 발언을 바탕으로 40:35:25의 가중치를 적용해 '리커창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올 초 만해도 5를 넘었던 이 지수는 지난 6월 2.73에 이어 지난 7월에도 한 계단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리커창지수는 중국 GDP 통계의 모순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6월 공업 전력사용량은 지난해보다 0.4% 하락했고, 1~7월 철도 화물 운송량도 10.2% 감소했다. 중장기 대출잔액 증가율도 6월 이후에서야 의미 있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GDP 7%를 유지했다는 것은 리커창지수 아니면 GDP의 신뢰도에 의심을 갖게 한다.
일부에서는 리커창지수가 중국 경제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이미 한계에 부딪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공업 전력사용량은 제조업이 발달한 동부 지역에서만 의미가 크다는 주장이다. 철도 화물 운송량도 서부 지역에 몰려 있는 원자재가 동서대간선 철도를 타고 동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지표로 역시 제조업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광둥성처럼 상대적으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리커창지수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진단이다. 이런 반쪽자리 지표로 자칫 경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좀 더 밑바닥 경기를 볼 수 있는 지표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철도 여객 운송량이나 대형마트 1인당 객단가, 영화표 판매량, 4G 인터넷 사용량처럼 인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수치들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도 아직 중국 경제 회복을 감지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13억 중국인의 실물경제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철도 여객 운송량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14억4106만명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3년간 여객 운송량 증가율이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뿐이다. 그나마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중국 경제 회복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기업이나 주재원 모두 악물고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