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경기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업종 강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며 호재로 작용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5.74포인트(0.27%) 오른 2109.7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89.39포인트(0.5%) 상승한 1만7918.1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17.98포인트(0.35%) 오른 5145.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전날 급등에 따른 경계감으로 하락 출발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상승 반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에너지 업종 지수는 2.56% 급등했다.
제이린 캐피탈의 안드레 뱅코스 상무는 “오전 증시가 하락 출발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전날 강세에 따른 일종의 반작용”이라고 설명했다.
◇美 제조업 ‘최악’ 지났다 낙관론 확산
이날 발표된 제조업 수주는 2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낳았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9월의 제조업 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0.9% 감소) 보다 더 나쁜 성적표다. 그러나 직전월(8월) 수정치인 2.1% 감소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달러 강세와 해외 수요 부진,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부문의 지출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8월 제조업 수주는 당초 1.7% 감소에서 2.1%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변동 폭이 심한 운송 부문을 제외할 경우 9월 제조업수주는 전월보다 개선된 0.6% 감소를 나타냈다. 지난 8월엔 1.1%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비행기 등 국방 부문을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전월 0.3% 감소에서 0.1% 감소로 개선됐다.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민간 기업들의 지출 계획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제조업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1을 기록,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美 10월 車판매 호조 지속… 경제회복 청신호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점도 증시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2개월 판매 증가폭은 15년 만에 최대치다.
이날 미국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10월 자동차 판매량은 141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픽업트럽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가의 차량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10월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했다. GM의 4개 브랜드 가운데 캐딜락과 쉐보레, GMC 판매량이 최소 13% 이상 증가했다. 뷰익만 0.2% 감소했다. SUV 차량인 쉐보레 이쿼녹스는 25%,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캐니언 픽업트럭 판매량은 각각 3배 이상 증가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역시 10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하면서 67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피아트는 지난달 19만5545대를 팔아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평균 13% 증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표 브랜드인 지프 판매량이 33% 증가하면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10월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디젤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인 폭스바겐(VW)을 제외하곤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10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 9.4%,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닛산과 토요타는 모두 13% 증가했다. 반면 포드와 혼다는 각각 16%, 8.6%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해 전망치에 못미쳤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합동 10월 판매량은 6.4%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꺾고 5.8% 증가했다. 아우디 브랜드의 판매량이 17% 급증한 덕분이다. 폭스바겐은 파문 이후 판매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과 저리의 차량 리스 혜택을 제공해왔다.
◇국제유가 3% 넘게 급등, 달러 ‘강세’ 금값 ‘약세’
이날 국제 유가는 브라질의 원유 생산 감소 전망과 리비아의 원유 수출항만 봉쇄 영향으로 급등했다. 미국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급등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6달러(3.8%) 급등한 47.90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75달러(3.6%) 오른 50.54달러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항만 봉쇄로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0만배럴에서 7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브라질 역시 최대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6% 가까이 급등했고 디젤 가격 역시 약 5% 상승했다. 지난주 미국의 휘발유와 디젤 재고가 감소했을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는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약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6% 상승한 97.17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57% 내린 1.095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31% 오른 121.12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에 급락했다. 나흘 연속 떨어지며 약 20일 만에 최장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1.8달러(1.9%) 급락한 1114.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2.5%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국제 은 가격은 전날과 거의 변화가 없는 15.24달러를, 백금 가격은 1.7% 내린 16.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경제 지표가 경기 회복을 가리키면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에 따르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 유럽증시 ‘상승’ 亞 증시 ‘혼조’
이날 유럽 증시도 국제 유가 급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3% 상승한 378.36에 거래를 마쳤고,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0.24% 오른 3442.68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0.34% 상승한 6383.61을 기록했고,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0.29% 오른 1492.70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30지수는 전장과 비슷한 1만951.15를 나타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0.41% 오른 4936.1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도쿄 증시가 문화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혼조세를 나타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0.25% 떨어진 3316.70을 기록하며 3일 째 하락했다. 선전종합지수는 0.03% 내린 1987.47로 마감했다.
반면 홍콩 증시는 상승했다. 미국 증시 호재가 그대로 이어진 가운데 중국 본토주들의 선전이 지수를 위로 밀었다. 항셍지수는 전장대비 0.89% 오른 2만2568.43을 기록했다. 파트너스캐피탈의 로날드 완 CEO(최고경영자)는 "오늘 상승세는 전날 과도한 하락세를 회복한 것"이라며 "시장 전체적으로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증시도 이날 상승했다. 가권지수는 전장대비 1.14% 오른 8713.19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