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의 12월 금리 인상 시사 발언과 국제 유가 급락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고용지표가 강세를 나타낸 점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00일 평균 이동선 아래로 떨어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9.03포인트(1.4%) 급락한 2045.97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254.15포인트(1.44%) 내린 1만7448.07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61.94포인트(1.22%) 하락한 5005.08로 거래를 마쳤다.
RW 베이어드의 마이클 아토넬리 주식중개인은 “선물시장의 흐름을 보면 지난 주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았다”며 “증시 약세는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유럽 증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자재 업종 지수는 2.22% 하락했고 에너지 업종 지수도 2.06% 떨어지며 악재로 작용했다. 헬스케어와 금융업종도 각각 1.88%와 1.51% 밀리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 美 신규 실업수당 청구 27.6만건…고용 강세 여전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증가했지만 기준점인 30만건을 밑돌며 호조를 이어갔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7일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와 같은 27만6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7만건보다는 6000건 더 많은 것이다.
추세를 나타내는 최근 4주간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5000건 증가한 26만775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31일 기준 실업수당 연속수급 신청건수는 217만4000건을 기록해 전주 수정치 216만9000건을 웃돌았다. 시장 전망치는 215만5000건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레이몬드 제임스 파인낸셜의 스콧 브라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고용 수요가 꽤 강하다"며 "기업들의 전망을 더 밝게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내수가 살아나면서 기업들이 글로벌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고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지표가 강세를 나타냄에 따라 12월 금리 인상 전망에는 한층 무게 실렸다. 연준은 다음달 15일과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옐런 "정책 영향 따져봐야"…금리인상 언급은 안해
투자자들은 이날 연준 수뇌부들이 대거 대외 활동에 나서면서 금리 인상 신호를 내놓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부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숨기지는 않았다.
먼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RB가 새롭게 도입한 정책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워싱턴에서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FRB의 정책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 규제와 새로운 정책 수단들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FRB 정책 입안자들이 통화정책이 전파되는 새로운 정책 수단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시행과 전파에 있어 규제와 금융 중재의 변경 가능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금리 인상해야"
반면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FRB의 2% 목표치에 근접했다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라드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나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옹호해 왔다"며 "(유가 하락세 등을 조정한)댈러스 연방은행에서 발표한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7% 수준이라며 FOMC의 목표 2%에서 30bp(1bp=0.01%)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위원회의 목표는 달성됐다"고 말했다.
같은 컨퍼런스에 참여한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두 번의 FOMC에서도 홀로 금리 인상에 투표하는 등 FRB가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래커 총재는 FRB가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unique) 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기조가 (시장에 만연한)비관론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면서 "2% 물가상승률 목표는 시장이 FRB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고, 또한 필요시 인플레이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FRB가 고용 목표에 근접했지만 금리인상을 위한 물가목표는 내년에서야 달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FRB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에는 인상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 "금리인상 매우 점진적으로… 조건 조만간 충족"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기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앞으로 발표된 경기지표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고용시장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것인지,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초청 오찬 강연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인지, 미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을 한 셈이다.
하지만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금리 인상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조만간 충족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 고용시장 강세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향후 지표들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더들리 총재는 “경제가 양호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들리 총재는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난 후 그 속도는 매우 점진적(quite gradual)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투자보다는 소비 강세를 보여주며 보다 균형 잡힌 성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정부 역시 경제 체질을 바꾸는 동안 경기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들리 총재는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계속 밑돌고 있다는 점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물가 지표들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 원유재고 예상 크게 웃돌아… 국제유가 급락
국제 유가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2.8%) 급락한 41.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2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은 배럴당 1.75달러(3.8%) 급락한 44.06달러에 마감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을 대폭 웃돌았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주(~6일) 원유 재고가 422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00만배럴 증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주를 기준으로 4억8700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4억9100만배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는 224만배럴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휘발유 재고는 21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80만7000배럴 감소보다 더 많이 감소한 것이다. 디젤유와 난방유를 포함한 증류유 재고는 35만2000배럴 늘었다. 전문가 전망치는 93만1000배럴 감소였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년까지 하루 50만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 달러, 차익실현 매물에 약세… 금값 ‘6년 최저’
달러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3% 하락한 98.62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57% 상승한 1.0804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018% 내린 122.60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웨스트팩 뱅킹의 리차드 프라누로비치 선임 전략분석가는 “지난달 유로는 급격하게 하락했고 적극적인 숏(매도) 포지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유로 숏 포지션은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약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선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3.9달러(0.4%) 하락한 1081달러를 기록했다. 현물 가격의 경우 1074달러 선까지 내려가며 지난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전날보다 온스당 0.7% 하락한 14.17달러를, 백금은 868.75달러까지 하락하며 약 7년 만에 최저치를 이어갔다. 팔라듐도 2% 급락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시모나 갬버리니 애널리스트는 “12월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여 금값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연말까지 1050달러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유럽증시, 추가 양적완화 시사에도 하락… 亞 증시 ‘혼조’
유럽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다음달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급락과 영국의 대표 항공기 엔진 생산업체 롤스로이스가 내년도 실적 전망을 또다시 하향조정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2% 하락한 372.56에 거래를 마쳤고,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1.76% 떨어진 3387.70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1.88% 하락한 6178.68을 기록했다. 독일 DAX30지수는 1.15% 밀린 1만782.63을 나타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1.94% 내린 4856.65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이날 드라기 ECB 총재는 근원 인플레이션 회복세를 나타내는 신호가 약해졌다며 12월에 추가적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 의회 경제·통화 위원회에 참석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적정하게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성장·무역으로부터 발생한 하방 압력이 분명히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3월 우리가 조치(양적완화)의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 정상화 기조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CB는 경기부양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총 1조1000억유로 규모로 유로존의 정부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워런 이스트 롤스로이스 CEO(최고경영자)는 항공기 엔진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롤스로이스의 세전 수익이 6억5000만파운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내년도 전망에서 30% 넘게 감소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 1년간 4번이나 실적 전망을 내렸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장대비 0.03% 오른 1만9697.77을 기록했다. 토픽스는 0.11% 내린 1593.57로 장을 마쳤다.
엔약세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으나 단기 과열 경계로 인한 매도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보합권에서 마무리됐다. 닛케이지수는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중국 증시 역시 혼조 양상이 펼쳐졌다. 최근 매수세가 과도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0.47% 떨어진 3632.90으로 장을 마쳤다. 선전종합지수는 반면 0.28% 오른 2259.49를 기록했다.
과매수 우려에 기술주들의 하락이 두드러진 가운데 휴대폰제조업체 ZTE는 최대 10억위안에 이르는 자사주매입 계획을 취소한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약 2%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 달리 홍콩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 에너지주들의 상승세에 힘입어 5일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오후 4시 40분 기준 항셍지수는 전장대비 2.4% 오른 2만2888.92를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0.11% 떨어진 1593.57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