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 급락과 부동산 지표 부진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애플 주가가 1% 넘게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5포인트(0.72%) 하락한 2063.3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7.11포인트(0.66%) 내린 1만7603.87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2.09포인트(0.82%) 내린 5065.8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에너지업종 지수는 1.66% 하락했고 원자재 업종 지수도 1.15%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애플 주가는 1.31% 밀렸다.
타워 브릿지 어드바이저스의 제임스 메이어 최고투자책임자는 “유가는 지난 여름 중순 이후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며 “최근 하락은 지난 여름보다 실질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유가 바닥이 확인되면 깨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바닥을 확인하면 다른 경제 요인과 주가를 연계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국제유가, 美 재고급증·사우디 생산량 유지에 급락
이날 증시의 최대 악재는 유가 하락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 유지 방침에 따라 3% 넘게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27달러(3.4%) 급락한 36.60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34달러(3.5%) 내린 36.44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260만배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50만배럴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제유와 휘발유 재고가 증가하고 원유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원유 보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쿠싱의 재고는 89만2000배럴 증가했다.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량은 일평균 21만4000배럴 늘었다. 정유공장 가동률은 92.6%로 전주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휘발유 재고는 92만5000배럴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89만6000배럴보다 약간 더 많은 증가폭이다. 난방유와 디젤을 포함하는 정제유 재고는 180만배럴 증가했다. 시장에선 100만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수입은 일평균 56만6000배럴 늘어났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그는 리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원유생산 정책은 신뢰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고 더 이상 생산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있으면 그에 부응할 것이고 그럴 능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사우디가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려는 건 국내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무연(고급) 휘발유는 리터당 0.6리얄(약 193.27원)에서 0.9리얄(약 289.91원)로 50% 올릴 계획이다. 일반 휘발유도 리터당 0.45리얄에서 0.75리얄로 67% 인상할 방침이다.
알나이미 장관은 "휘발유 인상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개선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美 11월 잠정주택판매 '예상밖' 전월比 0.9% 감소
부동산 지표 부진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지난달 잠정주택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9% 감소한 106.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0.5% 증가와는 다른 결과다. NAR에 따르면 직전월(10월) 기록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약간 더 증가했다. 지난 10월엔 잠정주택판매지수가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낸 바 있다.
잠정주택판매는 주택 매매계약에 서명은 했지만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통상 1~2달 후 계약이 종결되면 기존주택매매로 집계된다. 최근 수개월간 잠정주택판매가 하락함에 따라 기존주택 매매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북동부에서 잠정주택 매매가 전월 대비 3.0% 감소했으며, 서부 지역도 5.5% 줄었다. 반면 남부 지역은 1.3%, 중서부 지역은 1.0% 늘었다.
NAR은 올해 기존주택판매는 525만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9년 만에 최고치 기록이다. 또한 주택가격 중간값은 22만700달러로(약 2억5888만원) 전년 대비 6%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 소폭 강세, 금값 ‘2주 최저’
이날 달러는 소폭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들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16% 오른 98.40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07% 하락한 1.0909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11% 오른 120.59엔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TJM 브로커리지의 리차드 스케일원 공동 대표는 "러시아와 멕시코, 노르웨이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값은 유가 급락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8.2달러(0.8%) 하락한 1059.80달러를 기록했다.
백금은 3.6% 급락하며 2주 최저치를 나타냈고 국제 은 가격도 0.9% 하락했다. 팔라듐도 0.9% 밀렸다.
◇ 유럽 증시 ‘하락’ 亞 증시 ‘상승’
글로벌 증시는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먼저 유럽 증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여파로 일제히 내렸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1.98포인트(0.54%) 하락한 367.70에 거래를 마쳤고,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26.30포인트(0.79%) 내린 3287.98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40.52포인트(0.64%) 하락한 6274.05를 기록했고,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7.69포인트(0.53%) 내린 1445.42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30지수는 117.13포인트(1.08%) 밀린 1만743.01을 나타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24.22(0.52%) 하락한 4677.14에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7% 오른 1만9033.71으로 장을 마감했다. 해당지수가 1만9000선을 회복한 것은 7거래일만이다. 이로써 닛케이는 올해 9.27% 상승했다. 토픽스지수는 0.25% 상승한 1547.30으로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는 올해 9.9% 상승했으며 지난 4년 연속 상승세로 마감했다.
중국 증시도 이틀 연속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26% 오른 3572.88로 거래를 마쳤다. 선전종합지수는 전장보다 0.90% 상승한 2351.35로 장을 마쳤다.
반면 홍콩증시는 올해 20% 하락하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에 기업 실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