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중국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경기지표 호조와 국제 유가 반등에 힘입어 이틀째 상승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내구재 주문 증가는 제조업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유럽 증시가 2% 가까이 급등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25일(현지시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1.9포인트(1.13%) 상승한 1951.7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212.3포인트(1.29%) 오른 1만6697.29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39.6포인트(0.87%) 상승한 4582.21로 거래를 마쳤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이 1.35% 오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헬스케어와 통신업종도 각각 1.3%와 1.26% 올랐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카린 카바노프 전략분석가는 “아직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며 “원유 공급 과잉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주요 산유국 가운데 산유량 감축에 나서는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도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다.
◇ 내구재주문 ‘깜짝 증가’ 고용지표 ‘강세 여전’ 집값도 상승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먼저 1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대비 4.9% 증가하며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2.9% 증가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4.6%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급반전했다.
이처럼 내구재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민간 항공기 주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민간 항공기 주문은 무려 54.2% 급증했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비국방용 자본재 주문도 3.9% 증가했다. 이는 2014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자본재 선적은 0.4% 감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재 선적은 GDP 측정시 장비 지출 지표로 활용된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을 웃돌았지만 고용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만건 늘어난 27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는 27만건이었다.
고용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4주 이동 평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250건 증가한 27만2000건을 기록했다. 고용시장 강세 여부를 판단하는 30만건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스캇 브라운 레이몬드제임스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경향이 계속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노동시장을 망칠만한 조짐들도 없다"고 진단했다.
고용환경 개선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작년 4분기 미 주택가격이 전분기보다 1.4%, 전년 동기보다 5.8% 상승했다고 밝혔다. 고용 환경이 개선되면서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은 반면 공급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해당 분기 매물로 나온 주택 수는 179만채로 전년도보다 3.8% 감소했다.
앤드류 레벤티스 FHFA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주택가격까지 끌어내리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 국제유가, 감산 기대감에 급등…WTI 2.9%↑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국제 유가였다. 감산 기대감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수도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92달러(2.9%) 급등한 33.07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0.71달러(2.06%) 오른 35.12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율로지어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3월 중순에 유가 안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피노 장관은 원유 생산량 동결을 지지하는 산유국들과 3월에 회의를 열어 유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가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10개국 이상이 생산량 동결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4개국은 산유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 달러 보합, 금값 소폭 하락
달러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화는 증시 상승 영향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하락한 97.40을 기록하고 있다. 한 때 97.3으로 하락했지만 이내 반등에 성공하며 97.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0.14% 오른 1.1026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68% 오른 112.93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최근 7년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달러/파운드 환율은 0.24% 오른 1.396 선에 거래되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리 페리지 거시 전략분석가는 "환율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주말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어떤 신호가 나올 것인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값은 지난 이틀간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다. 증시가 상승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0.3센트(0.1%) 하락한 1238.8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 금값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일본과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16% 급등했다.
MKS의 아프신 나바비 거래부문 대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금값이 매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온스당 1250달러 선에서 안정된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은 가격은 12.7센트(0.8%) 하락한 15.170달러에 마감했다. 구리와 백금 가격 역시 각각 1.4%와 1.8% 떨어졌다. 팔라듐도 0.8% 하락했다.
◇ 유럽 증시, 금융·상품주 상승에 이틀만에 반등 성공
유럽 증시는 이틀 만에 다소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50 지수는 2.03% 오른 2877.42에 마감했다. 국가별로는 영국 FTSE100 지수가 2.48% 상승한 6012.81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도 각각 1.79%, 2.24% 오른 9331.48, 4248.45를 기록했다.
상승세의 1등 공신은 로이드뱅킹그룹이다. 로이드뱅킹그룹은 배당금을 주당 2.25페니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가 14% 뛰었고 이는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다. RSA인슈런스그룹도 운영 순익이 43% 늘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9.8% 오르는 등 대체로 금융주들이 힘을 썼다.
패트릭 스펜서 로버트 베어드 부회장은 "오전장에서 로이드 주식이 좋은 움직임을 보였고 어떤 형태로든 은행주가 과도하게 매도세를 보였었다"며 "유럽 은행들이 미국만큼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침체에 빠진 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3일만에 반등한 에너지주도 증시를 떠받쳤다. 프랑스 정유회사 토털과 석유회사 로열더치셀은 이날 주가가 2.4% 이상 뛰었고 에너지 종목들을 이끌며 상승세에 한몫 했다.
상품주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국제유가가 여전히 하락 압력을 받고있어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자국 원유 재고량이 350만배럴을 기록하며 193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스톡스600 지수에서 상위 종목에 해당하는 프랑스 정유업체 테크닉의 경우 작년 4분기 순익이 27%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올해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 연준 위원들, 금리 인상 ‘신중’
연은 총재들이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도 증시에 보탬이 됐다.
먼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는 잠재적으로 (연준의)'연장통'에 있긴 하지만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 또는 그보다 낮게 내리지 않는 선에서 '의식있는 결정'을 해왔고 특히 양적완화(QE)는 '더 나은 접근'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이너스 금리가 쓸 수 있는 카드지만 실행에 옮길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미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 급락의 책임 일부를 연준에 돌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상황에 금리를 인상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2006년 연준이 1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던 과거 때문에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며 "옐런 의장이 올해 금리 인상이 지표에 달려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투자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4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다른 어떤 지표보다 인플레이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향후 5년간 투자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