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리인상 우려+유가 급락에 브렉시트 이후 최악…다우 394p↓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6.09.10 05:26

뉴욕 증시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국제 유가 급락 영향으로 2% 넘게 급락하며 2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북한의 5차 핵실험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53.49포인트(2.45%) 급락한 2171.81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394.46포인트(2.13%) 떨어진 1만8085.4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 역시 133.57포인트(2.54%) 내린 5125.9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6월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대 낙폭이다. 주간 기준으로 S&P500 지수는 2.4% 하락했고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2%와 2.4% 떨어졌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매파적(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이 직격탄이 됐다. 발언 직후 9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3대 지수 모두 낙폭을 키웠다.

국제 유가가 4% 가까이 급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종 지수는 2.8% 하락했고 원자재 업종 지수도 2.88% 떨어졌다. 특히 유틸리티와 통신 업종은 각각 3.75%와 3.42% 급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S&P500 10개 업종 가운데 금융업종 지수만 1.88% 하락했고 나머지 9개 업종 지수는 2% 넘게 떨어졌다.

◇ 연준 고위 인사들, 금리 인상 시사

이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고위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증시에 부담을 안겼다.

먼저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금까지 발표된 경기지표를 볼 때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퀸시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조찬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늦추는 것은 부동산 시장 등 일부 자산시장이 과열될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또 미국 경제가 '쌍방위험'(two-sided risk)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 위험이 있지만 미국 경제는 이를 잘 견디는 것을 넘어 과열될지도 모르는 상승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비둘기파(금리인상 반대)로 여겨진 로젠그렌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투표 위원이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룰로 이사는 이날 CNBC에 출연,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지속적인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추가적인 확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고 있고 (물가상승이)목표치인 2%에 근접하도록 개인소비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길 원한다며 "미국 경제는 뜨거운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룰로 이사는 "지난 몇 년간 실업률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대체 수요를 뛰어넘는 약 백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며 "연준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 고용이 아니라 고용을 극대화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경제지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개별 경제지표가 아니라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과거가 아닌 미래 전망을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지연될 경우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타룰로 이사는 웰스파고 '유령계좌' 사건과 관련해 더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충분히 변하지 않았다며 포괄적인 내부통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보다 특정 문제에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유령계좌' 수백만 개를 만들어 고객들의 돈을 가로채 온 사실이 적발됐다. 타룰로 이사는 규제 당국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은행이 단순히 벌금을 물도록 하기보다는 개인들에게 책임을 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역대 가장 완만한 경로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오스틴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데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지만 9월보다는 12월 금리 인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카플란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끝날 것이란 신호를 시장은 수없이 받았다"며 "다음에 언제 행동할 것인지를 아는 것보다 금리 인상 경로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제유가, 모건스탠리 부정적 보고서·달러 강세에 급락…WTI 3.7%↓

국제 유가가 달러 강세와 모건스탠리의 부정적인 전망 영향으로 4% 가까이 급락했다.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4달러(3.7%) 급락한 45.88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3.2% 올랐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99달러(3.98%) 급락한 4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원유 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계적적 요인을 적용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시점은 내년말이나 2018년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유가 하락 요인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정 증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전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올 3분기에 원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다른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주 국제 유가는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1450만배럴 급감하며 199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전날 WTI는 4.7% 급등했었다.

◇ 달러 ‘강세’ 금값 사흘째↓

달러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 영향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9% 상승한 95.4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41% 하락한 1.1212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2% 오른 102.69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크레딧 아그리콜(뉴욕)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브 외환 전략분석가는 "로젠그렌의 매파적(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이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며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 금값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7.1달러(0.5%) 하락한 1334.5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0.6% 상승했다.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31센트(1.6%) 내린 19.368달러에 마감했다. 구리와 백금은 각각 0.4%와 1.6% 떨어졌다. 팔라듐도 1.2% 내렸다.

◇ 유럽증시, 美 금리인상 우려+獨 수출 부진에 1% 급락

유럽 증시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독일의 수출 부진 영향으로 1%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1.1% 내린 345.5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며 이달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 DAX 지수는 0.95% 떨어진 1만573.44를, 영국 FTSE 지수는 1.15% 급락한 6776.95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 지수도 1.12% 하락한 4491.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급락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수출 부진도 악재로 작용했다. 7월 독일 수출은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초반 발표된 제조업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친 데 이어 수출마저 부진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 프로그램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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