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시장의 거품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위)가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도덕 불감증을 엄중 경고해 눈길을 끈다. 최근 궈하이증권의 채권 불법 거래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국채 가격이 연일 급락하는 소동을 빚자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앞으로 중국 자본시장에 계속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26일 중국징지르바오(중국경제일보) 등은 증감위가 지난 23일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윤리에서 심각하게 벗어났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증감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법을 위반했다면 자발적으로 위반 사실을 신고해야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도 했다.
증감회가 이처럼 강도 높게 관련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배경은 지난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궈하이증권은 자사의 전직 직원 2명이 회사 직인을 위조해 불법으로 채권 거래에 나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궈하이증권의 주식 거래는 즉각 중단됐다.
궈하이증권에 따르면 이 직원들은 예컨대 연리 5%짜리 채권을 100만위안에 매입한 뒤, 이를 제3의 투자자에게 연리 3% 조건으로 90만 위안에 되팔았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궈하이증권은 10만 위안을 투자해 연리 2%를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위장 거래로 채권 가격이 등락하며 발생하는 모든 손실은 궈하이증권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이런 식으로 궈하이증권은 보유 채권을 계속 다른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매각하며 투자금액은 낮추고, 수익률은 높였다. 이 과정에서 궈하이증권은 실제 채권 매입에 쓴 돈보다 10배 정도 많은 채권에 투자한 것 같은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잠잠했던 문제는 거래의 주 대상인 국채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불거졌다. 실제 10년만기 국채의 경우 2013년 5% 수익률을 유지했지만 지난 10월 기준 2.6%로 낮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5일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또 다시 휘청거리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급기야 궈타이증권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한 화롱증권이 지난 13일 채권 급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5억 위안 규모의 채권 거래를 포기하면서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궈하이증권은 처음에는 손실을 입은 거래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돌연 거래 상대방도 가짜 직인을 구분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하게 돌아섰다. 그러자 채권시장은 불안감이 더 커졌다. 궈하이증권이 거래 상대방의 손실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금융업계 전반으로 손실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급기야 중국 증권업협회가 궈하이증권의 전직 직원들이 가짜 회사 직인을 사용해 불법 거래를 한 만큼 거래 상대방의 손실도 궈하이증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감독당국인 증감위도 부랴부랴 도덕적 해이까지 거론하며 이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11월말 기준 62조2000억위안에 달하는 중국 채권시장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거품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1년 만에 14조위안이 증가한 채권시장에 제2, 제3의 궈하이증권 사태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 투매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자본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때문에 내년 중국 경제정책의 무게추를 ‘안정’ 쪽에 둬야한다고 진단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막을 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에는 금융리스크 방지를 중요한 위치에 놓고, 자산 거품 방지와 구조적 리스크 차단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