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연정이 대형 국가기반시설(인프라) 사업을 놓고 분열할 위기에 처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알프스 산맥 밑에 짓는 철도 건설을 놓고 싸우면서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함께 프랑스 남동부의 리옹시와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시를 연결하는 철도(TAV)를 건설 중이다. 완공시 57.5km에 달하는 TAV는 알프스 산맥 밑에 철도가 생겨 보다 빠르게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왕래할 수 있다.
프랑스 측은 터널 입구 인근 시설을 개선 중이지만 이탈리아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을 구성하는 '오성운동'과 '동맹' 양당의 입장이 터널 건설을 놓고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은 현지 풀뿌리 운동에서 시작된 정당이다.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당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창당 이래 TAV 건설을 결사 반대해 온 오성운동은 지난해 3월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도 거대 인프라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부정부패에 취약하다며 TAV 백지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반면 동맹은 이탈리아 북부 공업지대 사업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수출과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사업을 번창하게 해 줄 TAV 건설을 지지해왔다. 실제로 지난 1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62%가 TAV 건설을 찬성했다. TAV에 찬성한 오성운동 지지자는 응답자의 28%에 불과했다.
당초 양당은 서로의 핵심 공약을 존중해주는 조건 아래 연정을 맺었다. 동맹은 오성운동이 저소득층과 실업자에게 지급할 국가 예산을 확보하도록 했으며, 오성운동은 연금수령 나이를 낮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정당이 힘을 합쳤지만 TAV 문제를 놓고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WSJ는 "(철도 사업 갈등으로)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스트 정당이 정반대의 이념을 지녔고, 서로 다른 유권자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성운동 당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의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앞서 디 마이오 부총리는 총선 당시 철회를 공약한 아드리아해횡단가스관(TAP)을 최근 찬성한다고 밝혀 오성운동 당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번에도 TAV에 찬성해 공약을 불이행한다면 지지층의 반란이 있을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동맹 당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타협시 북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
WSJ는 "오성운동과 동맹은 오는 5월 실시될 유럽의회선거가 표심의 시험대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결국 한 쪽이 굽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