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3월29일)을 열흘 남겨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측이 유럽연합(EU)에 연장안을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장 시한을 두고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EU는 합의안 비준 가능성이 높아야만 연장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영국을 압박중이다.
◇英, 다음주 하원투표 강행할 듯…28일 EU 긴급 정상회담 소집 가능성도=1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대변인은 총리가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에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한은 EU 정상회담 기간(21~22일) 전에 EU 측에 도착할 전망이다. 통신에 따르면 대변인실은 메이 총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의 연장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가급적 빠른 시일내' EU를 탈퇴하는 것이 총리의 뜻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메이 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90분간의 회의를 거쳤지만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으며 메이 총리 역시 개인적 의견을 분명히 공개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메이 총리는 오는 20일 브렉시트 합의안 국회승인을 위한 3차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 18일 존 버코우 영국 하원의장은 "(2차 투표에서 부결된) 합의안과 근본적으로 동일하거나 똑같은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며 승인투표 개최를 거부했다.
메이 총리는 만일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승인을 얻었다면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즉 오는 6월30일까지로 연장하는 안을 EU에 전달할 계획이었다. 7월 초에는 차기 EU 의회 멤버가 구성되기 때문에 만일 이 시한을 넘길 경우 영국이 5월 말 진행되는 EU 의회 선거에 참가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경우, 시한 연장일이 6월30일을 넘겨야 할 경우엔 얼마나 장기화될 지 알 수 없다. BBC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장기 연장의 경우 시한이 2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도했다.
EU는 21~22일 브렉시트 연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EU 회원국 27개국(영국 제외)이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시켜야만 실제 연장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BBC는 이번 주에 EU 회원국이 뜻을 모으기 어려울 수 있으며 28일 긴급 정상회담을 한 번 더 개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총리 대변인실은 BBC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버코우 의장의 저지와는 무관하게, EU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중에 한 번 더 '의미있는 투표(meaningful vote)'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버코우 의장이 앞선 승인투표에서와 다른 실질적 새로운 내용을 가져오라 요청하고 있어 정부가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연장하면, 그 다음엔?" 영국에 '구체적 계획' 묻는 EU=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버거워 보이는 영국에 대한 EU의 압박도 거세다. 연장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대지 않는다면, 연장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문제의) 핵심은 연장이 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비준 가능성을 높이느냐에 있다"며 "연장 기한이 끝났을 때 우리가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장은 불확실성을 확장시키고, 그 불확실성은 결국 비용"이라며 "EU 정상들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영국 정부의 구체적 계획(concrete pla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또 영국이 만일 3개월을 넘어선 '긴 연장'을 신청할 경우, 그것은 '새로운 정치적 절차'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파이내셜타임스는 영국의 조기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최후의 시점까지 싸울 것"이라면서도 "많은 것이 유동적인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어떤 것도 평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관저 엘리제궁 관계자도 "명확함이 없다면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