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에서 '늦장 대응' 비판을 받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현지시간) 오후 긴급 위원회를 재소집하고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선포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WHO는 29일 유엔(UN)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PHEIC 선포 여부를 안건으로 긴급 위원회를 재소집한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과 베트남, 일본 등 중국 외 국가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가 3건 확인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사례 6000건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15개국에서 68건으로 1%에 불과하다"면서도 "(중국 외 지역에서)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PHEIC는 WHO의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 다른 나라의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고 판단되거나, 사태가 심각해 즉각적이고 국제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 선포된다. 긴급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내면 사무총장이 이를 토대로 최종 선포하는 방식이다.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PHEIC가 선포되면 중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중국 여행·교역·국경 간 이동 등이 제한된다.
WHO는 불과 며칠 전만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PHEIC 선포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국에선 비상 상황이지만 국제적인 차원까지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8일 중국을 방문한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만남에서 "WHO는 중국 정부의 전염병 예방과 통제 능력을 확신한다. 현 상황에서 침착해야하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WHO의 질병 대응 방식에 대해 뒷북·늦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이날 기준 7711명에 달하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을 넘어섰는데도 WHO는 안일한 대응을 보여왔다는 이유에서다.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 위험 수준을 '보통'이 아닌 '높음' 수준으로 정정한 것도 뒤늦게 심각함을 깨달아 나온 조치란 비판도 나온다. 제때 정확한 판단을 내놓지 못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WHO의 긴급 위원회 소집은 최근 일주일 동안 3번째다.
한편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이번이 6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등을 PHEIC로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