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원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삶과 죽음이다. 태어나는 것은 의지대로 되지 않고, 세상을 등지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금기시 된다.
인간은 아직 생명을 창조할 수 없으며,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이것을 함부로 하는 것은 법적 도덕적 비판 대상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는 다른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는 50대 여성 A씨가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이날 법원은 그가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일정을 "다시" 잡으라고 했다. 앞서 7월 안락사가 결정돼 지난 10일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련 의료위원회는 치료가 불가능해 보였던 A씨의 질병에 차도가 보인다며 제동을 걸었는데 다시 허용된 것이다.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던 A씨는 콜롬비아에서 말기 판정을 받지 않은 이의 첫 안락사 대상 인정 사례다.
다리 마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다는 A씨의 말이다. "안락사를 허가받은 이후 평화가 찾아왔고, 잘 웃고 잘 잔다."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연명치료 중단에 의한 존엄사와 달리, 적극적 의미의 안락사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삶을 중단하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을 스스로 먹고 싦을 중단하는 '조력 자살' 역시 해외에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2가지를 합해 '조력 죽음'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오는 7일 뉴질랜드에서는 조력 죽음이 합법화 된다. 작년 국민투표를 통과한 내용이다. 지난 6월에는 스페인이 조력 죽음을 합법화 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달 25일 오스트리아는 연방정부가 발의한 조력 자살 합법화 법안에 의회가 합의했다. 영국, 프랑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도 의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 등이 조력 죽음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네덜란드는 전체 사망의 4%가량이 조력 죽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의 선택권을 중시하자는 이런 움직임 뒤에는 선을 넘어선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있다. 의료 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병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한 의료인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조력 사망 합법화 움직임에 찬성하며 환자에게 '선택권'이 생기길 바랐다. "세계 최고의 완화치료도 모든 고통을 줄일 수는 없으며, 어떤 증상들은 완화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6월 동맥 벽이 붙는 병을 앓던 프랑스 남성 B씨는 조력 죽음이 자국에서 불가능해 스위스로 가 삶을 중단했다. 처방받은 알약을 먹은 뒤 사망한 그는 지인들을 통해 "조력자살 절차를 거쳐 행해진 나의 존엄한 죽음을 알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남겼다.
영국 의사협회가 조력 죽음에 대한 오랜 반대 의견을 접고 '중립'을 선언하는 등 최근 변화 기류는 크지만, 반대 의견도 여전히 있다. 미셸 아우페티 프랑스 파리 대주교는 "사람이 고통에 처했을 때 해결법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덜어주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 경시 우려도 있지만, 환자를 향한 죽음의 압력이나 범죄가 생길 수도 있다.
관련 법을 마련한 나라에서는 환자의 결정이 자발적인지에 대한 평가, 2인 이상 의사의 병세 판정, 관련 기관의 판정, 법원의 허가, 그리고 숙려 기간 등 장치를 둔다.
캐나다 CTV에 따르면 지난해 9300명 조력 사망 지원자 중 21%는 실행이 안 됐다. 심리 기간 사망한 사람도 있고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 50명은 스스로 마음을 바꿨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며 사람들은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데에도 관심이 커진다. 해외의 변화 흐름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직 낯선 이런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